궁리궁리
행복일기
샘터시조
 

 

Home > 월간샘터 > 독자투고 > 정보품앗이
: 미망인
: 전영복 : 2011-04-15 :  

미망인(未亡人)

언젠가 병원 장례식장의 상가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중앙복도를 어슬렁거리다가 문득 어느 빈소 입구에 붙여진 안내판 속에 ‘미망인(未亡人) ○○○’란 글자에 눈에 띄었다.

 요즘 일상생활에서는 아무래도 한자 대신 한글을 더 많이 사용하겠지만 가정의례에 관한 일이다보니 한글보다는 한자로 적었을 것이며, 아마도 그 빈소는 자식과 아내가 있는 남자가 고인이 되었기에 안내판에 유가족을 나열하면서 맨 윗줄에 ‘未亡人’이라고 적고 그 아래로 ‘자(子)’, ‘자부(子婦)’ 등으로 표시했을 것이다.

 그 ‘未亡人’이란 글자를 쳐다보다가 갑자기 이와는 반대로 아내가 죽고 남편이 살아남게 된 경우라면 안내판의 그 자리에 뭐라고 적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자(配偶者)’라고 했을까 아니면 ‘남편’이나 ‘부군’이라고 적었을까? 하지만 결코 ‘未亡人’이라고는 적지 않았을 것이다.

 ‘未亡人’은 한자의 뜻대로 풀이하자면 단순히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이 된다. 그러나 우리네 일상에서는 ‘남편이 죽은 경우, 그 남편의 살아있는 아내’만을 가리킬 때 이 말을 사용한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국어사전에도 ‘未亡人’은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란 뜻으로, 홀로 남은 여자를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다. 다시 말하면 결혼하여 아내가 된 여자는 남편이 죽게 되면 응당 따라 죽어야 할 존재라는 생각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된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여필종부사상에서 만들어진 뜻글자이리라.

 未亡人!

 다시 생각해 보면 정말 무시무시한 뜻이 들어 있는 단어가 아니가? 마치 죽은 사람의 부인에 대하여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음’을 질책하듯 ‘곧 따라 죽어야 할 사람’으로 간주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아무리 살펴봐도 ‘未亡人’이란 한자 속에는 ‘남성’ 혹은 ‘여성’과 같은 ’성‘을 의미하는 표시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일방적으로 ’여성‘의 경우에만 이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

 글자대로라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죽은 사람과 관계가 있는 주변사람 모두가 ‘未亡人’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장례식장에서는 ’죽은 사람의 부인‘에 국한하여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하여 어느 누구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아니 장례식장 뿐만 아니라 모든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들은 ‘未亡人’이란 단어를 별 거부감 없이 사용한다.

 왜 그럴까?

 혹시 인권단체나 여성가족부에 이 말의 사용을 금지하자고 건의하면 상을 주지 않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