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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 : 열네 살 2
지은이 : 다니구치 지로   옮긴이 : 양억관    
분류 : 국내 | 단행본 | 만화세상
책정보 : 신국판, 224쪽
출간일 : 2004-04- 5   가격 : 7,000원
ISBN : 89-464-1465-0    
도서구입 : / YES24

제9의 예술, 만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

음악, 미술, 영화, 문학 등과 함께 '제 9의 예술'이라는 공식적인 직함을 갖고 있는 만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대중들에게는 예술적인 측면에서나 그 자체로서의 가치로 인정받기보다는 수준이 낮은 오락거리나 가벼운 읽을거리 정도로밖에 인식되고 있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얼마 전 일간지의 신춘문예 부문에 만화가 편입되면서 다른 문예 장르와 그 위상을 나란히 하는가 하면, 영상 세대, 디지털 시대를 맞아 문자 못지않게 이미지의 효용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만화가 텍스트 이상의 커뮤니케이션의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인정받아야 함이 강조되는 추세이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샘터>에서는 만화를 수준 높은 예술 장르로서 소개하는 데 있어, 일본의 만화가 다니구치 지로의 <열네 살>(원제는 ‘머나먼 고향 遥かな町へ’)을 처음으로 번역 출간하게 되었다. 이 작품은 기존의 소설 장르가 가졌던 문학적인 스토리텔링의 구조를 취하면서, 엔터테인먼트의 요소보다는 삶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만화 마니아와 전문가들, 그리고 국내 만화가들과 만화가 지망생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줄 만하다. 또한 대중들이 이 만화를 통해서 만화가 대여점에서나 빌려보고, 아이들이나 보는 가벼운 장르가 아닌 다른 문예 작품처럼 소장의 가치가 있고, 어른들의 문화가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을 주는 데 출간의 의의를 찾고자 한다.

이 작품은 특히 작년(2003)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시나리오상’을 수상해 국제적으로 먼저 인정받은 작품으로, 마흔 여덟의 중년 남자가 열네 살의 시절로 돌아간다는 흥미로운 설정 속에서 이어지는 스토리와 입체감이 살아 있는 그림들이 추억과 그리움의 감성을 자극한다.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보며 그 속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끔 하는 내용이 20,30대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에게까지 공감을 준다.

** 작품 소개 -이명석(만화평론가)

2003년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 베스트 시나리오상 수상작!
삶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굳건한 작품 세계!


다니구치 지로는 국내에서는 매우 낯선 만화가이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봉우리 K2의 등정기를 다룬 라는 산악 만화가 국내에 소개되어 그 성실한 필력을 선보인 바는 있지만 국내 독자들이 그의 본격적인 작품을 만날 기회는 없었다.
다니구치의 작품 세계는 일본 내에서도 매우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는 주류 만화의 기법을 완전히 벗어나지도 않으면서도, 자질구레한 엔터테인먼트의 요소보다는 삶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굳건한 작품들을 그려왔다. 이러한 특징은 그가 자국에서보다 유럽을 비롯한 서구에서 더 큰 인정을 받도록 만드는 요소가 되어왔다. 1990년 미국에서 <해경주점海景酒店>이, 1992년 프랑스에서 <걷는 사람歩く人>이 출판되어 좋은 평가를 받았고, 2003년에는 바로 이 작품 <열네 살(원제: 머나먼 고향)>로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에서 ‘베스트 시나리오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단정한 흑백의 필치이지만 분명한 입체감의 표현, 독창적인 상상력이 깃들어 있지만 리얼리즘의 기조에서 어긋나지 않는 묵직함, 주류 장르에 현혹되기보다는 문학적인 색채가 농후한 진솔한 스토리텔링… 다니구치의 만화는 여러모로 아시아적인 향토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세계성을 획득하기에 충분한 자질을 보여준다. 이러한 작품 세계는 그가 만화가가 되는 시점에 일본 만화계 내에 형성된 세 가지 흐름을 소화해내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만화의 개념을 새롭게 인식시켜주는 품격 있는 만화
성숙한 어른의 만화, 문학적인 만화, 작가주의 만화


다니구치 지로가 만화가를 꿈꾸던 청소년 시절에 등장한 극화劇畫 라는 새로운 만화 의 흐름이 첫 번째 자양분이 되었다. 허영만, 이현세 등 국내 만화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 이 만화 경향은 여러 복잡한 면모를 가지고 있지만, 간단히 말해 귀엽고 과장이 심한 어린이 만화가 아니라 사실적이고 성숙된 어른의 만화를 그리고자 하는 데서 생겨난 스타일이다. 다니구치에게 있어 만화는 웃음과 흥분을 주는 매체이기 이전에, 삶의 진실을 기록할 수 있는 도구이다.
극화 운동은 《가로ガロ》라는 잡지를 중심으로 일본 만화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극화의 형식 자체는 빠르게 대중화되어 애초의 신선한 힘을 잃어버린 경향이 강했으나, 이 잡지만은 일본 예술 만화의 보루로 굳건한 지위를 이어왔다. 특히 쓰게 요시하루의 초현실주의적 혹은 사소설적인 단편 만화들은 ‘만화 예술 논쟁’까지 일으키며 만화라는 매체가 섬세한 문학적 향취까지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20대 초반의 젊은 다니구치는 《가로》에 싣기 위해 단편을 그리기도 했는데, 비록 그 작품은 미발표에 그쳤지만 문학적인 만화의 발견은 이후 그의 작품이 나아가는 방향을 이끌어주는 지표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 후반, 그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확립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 세 번째 충격을 받게 된다. 그것은 바로 유럽의 작가주의 만화다. 당시 유럽에서는 화려하고 세련된 미술적 기법으로 고도의 문학적 철학적 주제를 아우르는 만화들이 대거 쏟아지고 있었다. 특히 영화적이면서도 영화를 넘어서는 입체적 만화를 그린 뫼비우스의 만화는 문학적인 만화에서 결여되기 쉬운 입체성을 다니구치에게 선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유럽 만화의 영향은 일본에서 새로운 주제들과 만난 뒤 1980년대 이후 유럽으로 역수입되는데, 오오토모 가스히로의 <아키라>와 더불어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스스로에게 삶의 물음표를 던지는 작품, <열네 살>

<머나먼 고향>은 이러한 외면적인 평가 이전에 작품 자체만으로도 세계의 독자들에게 공명하기에 충분하다. 이 작품에서 과거로의 여행은 주인공에게 결코 신비하기만한 모험이 될 수 없다. 어른의 영어 실력으로 학급에서 가장 예쁜 여자아이를 매료시키고, 만화가와 소설가를 꿈꾸는 친구에게 그의 미래가 밝으리라고 예언해주는 것뿐이라면 즐거울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그가 돌아간 그 여름에 아버지는 돌연 가족을 떠나버리고, 머지않아 어머니는 죽고 만다. 그는 이 미래를 바꾸어보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그 과정은 슈퍼맨이 지구를 한 바퀴 거꾸로 돌아 죽은 애인을 살려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다. 그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아버지는 그때 왜 이 가족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가’ 하는 물음이다. 그것은 사실 그 스스로에게 던져지는 삶의 물음표이다. 미래에 두고 온 자신의 부인과 두 딸, 그들에게 나는 어떤 존재인가, 나는 그들에게 돌아가야 하는가?
우리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삶의 굴곡이 있다. 그리고 그 굴곡의 마디마디 어떤 물음에 대답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들 대부분은 너무나 빠르게 움직이는 인파에 묻혀, 그저 이 기차에 올라탔다 저 기차로 갈아탔다 정신없이 삶을 내몰게 된다. 어느 봄날의 꿈같은 과거로의 기차 여행. 꽃이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누군가 그 꽃을 지켜봐주어야 한다.

** 줄거리

<열네 살>은 향수와 기억이 주는 요술 같은 일들 사이에서, 크나큰 감수성으로 가득 메워진 꿈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옛 친구들과 가족들을 만나게 된 기쁨과 열네 살의 추억어린 시절로 빠져든 감상을 즐기는 것도 잠시, 문득 주인공은 열네 살 때 아버지가 실종된다는 슬픈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도대체 아버지는 왜 사라지신 걸까? 과거를 다시 살게 되면서 그 속의 비밀들을 캐내게 되는 주인공의 여정이 영화처럼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