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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젬마 씨 관련 기사’에 대한 <샘터>의 견해 (12월 26일자)
2006-12-27

2006년 12월 26일(화) 한국일보 6면 게재

‘한젬마 씨 관련 기사’에 대한 <샘터>의 견해

 

 

<샘터>는 12월 21일자 한국일보에 실렸던 안형영 기자의 기사에 대한 1차 답변서(12월 21일 당사 홈페이지 게시)를 통해 ‘변화하는 출판 환경하에서 다양한 사람의 재능과 경험을 우리 사회의 지적 공동자산으로 삼기 위한 이와 같은 기획출판 작업은 앞으로도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단, 협력저작자에 대한 타당한 평가가 이루어진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는 의견을 개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안형영 기자가 작성한 12월 26일자 후속 기사는 출판계의 현황에 대한 이해가 진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젬마 씨의 초고와 최종원고가 이러이러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대필’이라는 논지를 거듭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에, 다시금 해당 사안에 대한 <샘터>의 입장을 밝힙니다.

 

 

지금 논의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

 

이 지점에서 묻습니다. 해당 기사가 말하려는 것은, 궁구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 논의의 지향점은 어디입니까?     

 

하나, 저자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인가?  

 

안형영 기자는 <화가의 집을 찾아서>의 초고와 최종고의 차이점을 예로 들고 있는데, 안 기자는 정작 초고라고 주장하는 해당 자료를 언제 어디에서 입수하였는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안 기자는 해당 자료가 기획의 개념을 정리한 컨셉 페이퍼인지, 현장 답사 이전의 체크리스트인지, 답사 과정의 초기 기록인지, 말 그대로 초고라는 인식을 갖고 작성한 원고인지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저자나 출판사의 사전 승인 없이 일방적으로 ‘초고’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안 기자가 실제로 어떤 자료를 입수했다면 그것은 누구도 섣불리 증명할 수 없는 혼재되어 있는 다양한 자료 중 일부일 것이며, 공적인 신문 지면에서 그것을 무책임하게 최종 도서 내용과 대조한 것은 결과적으로 독자의 판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정당하지 못한 행위입니다.  

그리고 <샘터>는 더 나아가 안형영 기자가 초고라고 주장하는 원고의 진위 판명 이전에 과연 이 논의가 이렇게 좁게 한정될 수 있는 것인지 되묻고자 합니다.   

 

EBS ‘청소년 미술감상’, KBS ‘문화탐험 오늘’, MBC ‘문화매거진 21’과 같은 TV 프로그램과 그간 발표해 온 한젬마 씨의 작품들은 무엇을 말하고 있습니까? 그의 예술적 역량과 열의는 여기서 완전히 무시되어야 할 것들입니까?

화가 한젬마는 다방면의 활동을 통해 순수예술과 대중문화의 교류, 소통에 힘써온 전방위 예술가이고, <샘터>는 미술과 대중문화 전반에 걸친 그의 재능과 공로를 인정하여 작가의 출간 의뢰를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출간이 결정된 이후 한젬마 씨는 <샘터>의 기대에 부응하여 기획 제안 및 주제와 소재의 선정 단계에서부터 현장 취재와 답사로부터 기초원고 작성 및 최종본의 검토에 이르기까지 출간 전 과정에 걸쳐 헌신적인 노력과 열의를 보였습니다.

이렇게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전위작가의 창작의욕을 꺾어 우리 사회의 예술적 자산을 손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과연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입니까?

 

, 기획출판 현황에 대한 문제 제기인가?

 

해당 기사가 추구했던 것이 만약 현단계 한국 출판계의 취약점에 관한 문제 제기라면 조금 더 치밀하고 폭넓은 사전취재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기획출판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외국의 사례와 과거, 현재의 국내 기획출간물 사례 그리고 지근화 씨(안 기자의 기사에서 B라고 표기된, <화가의…> 집필협력 당사자)와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현황과 대우는 어떠한지를 심층적으로 다루었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다양한 관점의 검토가 병행되었다면 우리 출판문화계가 공동으로 대안을 창출할 수 있는, 시의적절한 계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샘터>는 판단합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안형영 기자는 12월 21일자 최초기사는 물론이고 2차 후속 기사(12월 26일)에서조차 여타 사례나 심화된 대안 제시 없이 오로지 한젬마 씨와 <샘터> 출판사만을 집중 거론하고 있습니다.

 

현 상황을 바라보면서, <샘터>는 혹시 이번 기획기사가 최근 불거진 모 씨의 대리번역 의혹에 편승하여 유사한 관점에서 독자의 시선을 끌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지 않은가 하는 점을 우려합니다. 출판사의 힘은 독자의 믿음에서 나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힘들게 쌓아가는 그 믿음을 그러나 한 순간에 무너뜨리기는 너무도 쉽습니다. 그것은 왜곡된 정보와 그로 인해 빚어지는 오해만으로 가능한 일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숙지하는 책임 있는 언론이라면 이처럼 피상적으로 문제에 접근하지는 않았으리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입니다. 그 폐해는 기자 개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구성작가의 역할이 과소평가되었다는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1차 답변서에 이미 충분한 해명이 있었지만 반복합니다. <샘터>는,

 

1. 간기(刊記, 판권) 지면에 ‘구성 지근화’라고 명기하였습니다.    

2. 최초 저자 서문에 지근화의 노고에 대한 감사를 표시했다가 지근화 씨의 뜻에 따라 위 내용을 생략했다는 사실을 1차 답변서에서 밝혔습니다. 

3. 지근화 씨에게 취재 및 원고 집필협력 비용으로 8백만 원을 지급하였고, 작품의 완성도에 끼친 영향을 고려하여 별도로 2% 인세 지급을 계약사항에 포함시켰습니다.

 

이와 별도로 ‘왜 지근화 씨를 공동 집필자로 표지에 명기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작업에 참여한 주체자들이 협의한 기명(記名)의 방식’과 ‘숨기려고 드러내지 않는 의도적인 은폐’를 혼동하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짚어두고자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근화 씨가 많은 부분에서 지대한 역할을 담당했지만, 공동 집필자 수준은 아니었다는 게 <샘터>의 견해입니다. 그 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책이 다루고 있는 분야가 미술이다. (지근화 씨의 전공은 국문학)   

2. <샘터>는 본 도서의 제반 단계에 참여할 ‘협력자’로서 지근화 씨를 해당 작업에 참여시켰다. (이 말은 곧, 글을 쓰는 작가가 ‘화가의 집을 찾아서’라는 아이디어를 수립한 이후에 화가를 섭외한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사실 이전의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   

 

(전업작가 수준으로 글을 쓰지 못하는) 노래를 잘하는 가수는 책을 낼 수 없습니까? (전업작가 수준으로 글을 쓰지 못하는) 또 다른 분야의 예술가는, 정치가는, 기업인은, 성실하게 살아 온 일반 생활인은 책을 낼 수 없습니까? 아닙니다. 책을 낼 수 있습니다. 독자들은 글 잘 쓰는 사람만의 책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독자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루고 있는 진정한 지성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것입니다. 숙련된 편집자는 바로 그 순간 저자와 독자 사이에 친절하게 개입합니다. 서툰 글 솜씨 때문에, 본질이 아닌 피상적인 장애요인 때문에 독자들의 독서가 방해 받지 않도록 개개 문장과 전체 글의 구성을 다듬고 아우릅니다. 이 책에 참여한 지근화 씨도 적극적인 의미에서 샘터의 편집자로서 해당 작업에 참여한 것입니다. 

 

<화가의 집을 찾아서>의 출간 과정에는 이처럼 ‘화가’ 한젬마와 ‘협력집필자’ 지근화와 ‘출판사’ <샘터>의 이해와 역할 분담이 전제되어 있었습니다. 독자가 이 책 속에 담긴 ‘우리 화가와 그들의 작품에 대한 한젬마의 견해와 해석을 보려 했던 것인지, 혹은 아름다운 문장을 음미하려 했던 것인지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정련되지 못한 한젬마 씨의 원고를 다듬을 사람이 반드시 지근화 씨여야 할 필요는 없었고, 그가 하지 않았을 경우 <샘터> 출판부 내의 어느 편집자라도 해야 할 일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 일은 <샘터>의 선임 편집자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수준의 작업이라는 것을 명시하고자 합니다.

 

 

남겨진 과제

 

<샘터>는 한국일보의 금번 기획기사가 긍정과 부정의 양 측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합니다. 우리 독자들이 공동집필과 협력집필을 어디까지 이해하고 용인하는가에 관한 출판계 공통의 향후 논점을 제공했다는 것은 긍정적 측면입니다. 그러나 충분한 사전 취재와 숙고 없이 신뢰할 수 없는 제보자의 일방 진술에 의존하여 특정 개인과 출판사를 비도덕적으로 규정짓는 선정적 보도는 분명 부정적 측면이라고 하겠습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결론짓습니다.

해당 기사의 취재와 원고 작성을 담당한 기자는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논의의 목적과 방향성을 점검해야 합니다. 그로써 지금이 우리 출판문화계를 위한 거시적이고 생산적인 지평을 개척할 시점인지, 관점이 정리되지 않은 자의적(恣意的)인 논제를 다수 독자와 출판 시장에 여과 없이 방기할 시점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병행하여야 합니다. 만약 이것이 불가한 요구라면, 최소한 출판사의 진정성과 컨텐츠의 옥석만큼은 구분할 줄 아는 식견을 지녀주기를 희망합니다. 거름을 주지는 못 할망정 기왕의 출판문화 자양분을 소진시켜서야 되겠습니까? 

   

 

* 이 글 속에 담긴 한젬마 씨 개인 관련 내용들은 작가의 창의력과 진실성을 믿고 함께 작업에 임해온 <샘터>가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사실들만을 서술하였다는 점을 덧붙여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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