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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 : 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
지은이 : 김기찬 황인숙        
분류 : 국내 | 단행본 | 문학.예술
독자대상 : 사진 예술 에세이에 관심있는 일반독자
책정보 : 185*210/반양장/220쪽/값15,000원
출간일 : 2005-07-25   가격 : 15,000원
ISBN : 89-464-1518-5   CIP : 2005001415
도서구입 : 교보문고 / YES24 / 인터파크 / 알라딘

<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


골목은 얼핏 보면 좁고 협소하고 누추한 세계다. 그 안에 들어가지 않고 바깥에서 바라볼 때 골목은 과연 남루하다. 그곳은 결핍으로 충만한 공간이다. 더욱이 넓은 대로와 하늘을 찌를 듯한 아파트와 주상복합 건물, 그리고 다이내믹한 고가도로들이 위용을 자랑하는 도시 속의 골목은 그 남루와 결핍이 더욱 도드라진다.

하지만 골목에 사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은 골목에 살지 않아도 골목의 삶을 이해하는 사람들 역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골목이 얼마나 넓고 깊고 풍요로운 세계인지를 잘 안다. 이 책은 제목이 가리키는 것처럼 골목이 품고 있는 풍성하고 다양한 풍경들을 놀랍도록 선명하게 보여준다.

골목에는 놀랍게도 온갖 꽃과 동물들이 있다. 골목 사람들은 꽃과 동물에 대해 둔감하리라고, 골목 밖에 사는 사람들은 함부로 추측한다. 하지만 골목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수많은 꽃과 식물의 화사함과 만나고 개와 고양이 같은 동물들이 연출해 내는 발랄함과 마주친다. 김기찬의 사진은 이 조화로운 생명의 서식지로서의 골목을 역동적으로 포착해 내고 있으며, 현재에도 골목에서 살고 있는 황인숙의 글은 꽃과 동물들과 교감하며 지낸 골목에서의 삶이 지닐 수 있는 감동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골목에는 또한 사람들이 있다. 이 넓고 넓은 세계에서 하필이면 한 골목에 모여 살게 된 사람들. 그들 사이에 흐르는 그 애틋한 친밀감은 골목에 들어가 살아보지 않고는 알 수 없을 것이다. 골목에는 ‘까르르’ 터질 것 같은 웃음을 내지르며 뛰노는 아이들이 있고, 삶을 이미 알아버린 말간 얼굴의 노파도 있다. 그들은 골목에서 수없이 마주치며 침묵의 인사를 주고받는다. 그들은 골목에서 함께 살고 있는 이 시간이 함께 견디고 함께 희망해야 하는 생의 절실한 순간임을 깨닫고 서로의 존재를 깊이 이해한다. 

골목에는 또한 지붕과 기와가 넘쳐난다. 낮고 연약한 지붕과 기와들은 골목의 세계가 얼마나 소박한 신념들로 만들어진 것인지를 알게 해준다. 수선스러운 생의 시련은 깨진 기와에, 생채기처럼 구멍 뚫린 지붕의 모습에 이르러 생생해진다. 지붕과 기와는 골목안의 삶이, 막연한 감상을 뛰어넘는 절박한 생존조건으로서의 실체와 떨어질 수 없음을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골목에는 담장과 벽이 있다. 그 벽은 너와 나의 세계를 나누는 벽이 아니라, 함께 견디는 것으로서, 함께 지키는 것으로서 벽이다. 골목 안 사람들은 이 벽과 담장에 기대어 골목에서의 삶을 구체화하고 전략화 시킨다. 종종 취객의 오줌이 뿌려지기도 하고, 누군가의 토사물로 더럽혀지기도 하지만, 담장과 벽은 우리의 삶이 얼마나 절실한 체험의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 준다.

골목에는 또한 밀착되어 있는 세계만이 거느리는 적막과 그늘이 존재한다. 적막과 그늘은 물리적으로 협소한 공간인 골목이 가지는 태생적인 한계이자 아름다움의 표상이다. 이 적막과 그늘은 생의 어둠이 감추고 있는 눈부신 진실을 골목이 의미 있게 함축하고 있음을 은연중에 보여 준다. 적막과 그늘, 넓고 화려한 세계에 대한 조용한 야유. 골목은 그렇게 저항마저도 겸손하다는 것. 이 책은 이처럼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진실을 넌지시 일깨워주는 데서도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가 있는 골목의 다섯 개의 풍경
골목에는 ‘사람들’이 있고, ‘담장과 벽’이 있고, 온갖 ‘꽃과 동물’들이 있다. 또한 ‘지붕과 기와’가 넘쳐난다. 그리고 골목에 밀착되어 있는 세계만이 거느리는 ‘적막과 그늘’이 존재한다. 이 골목 안 다섯 개의 풍경이 원로 사진가 김기찬의 사진과 시인 황인숙의 글을 통해 속살을 드러낸다.

 

사진가 김기찬이 최초로 공개하는 컬러 골목 사진
김기찬은 지난 30여 년 동안 고집스럽게 골목 안 풍경만을 프레임에 담아온 사진가이다. 이 책에 실린 골목 안 풍경 사진 150컷은 흑백사진으로만 알려져 있던 그가 최초로 공개하는 컬러 사진이다. 이제는 사라져버린 골목들이 그의 사진 속에서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 황인숙은 그 사진을 다섯 개의 풍경으로 나누어 각 주제를 심미적인 눈으로 살펴 섬세한 글로 써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