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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 : 인연
지은이 : 피천득        
분류 : 국내 | 단행본 | 문학.예술
책정보 : 판형 국판(143*205), 쪽수 271쪽
출간일 : 2002-08-31   가격 : 8,000원
ISBN : 89-464-1364-6    
도서구입 : 교보문고 / YES24 / 인터파크 / 알라딘 / 11번가

교과서에도 실려 누구에게나 친근하고 읽는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글 '인연'.

소년같이 진솔한 마음과 꽃같이 순수한 감성, 성직자같이 고결한 인품과 해탈자같이 청결한 무욕의 수필이다.

손때가 묻을 정도로 읽어도 진한 감동을 주는 수필 문학의 백미

 

 
우정의 비극은 인연이 아니다. 죽음도 아니다. 우정의 비극은 불신이다. 서로 믿지 못하는데서 비극은 온다.

마음 놓이는 친구가 없는 것같이 불행한 일은 없다. 늙어서는 더욱 그렇다. 나에게는 수십 년 간 사귀어온 친구들이 있다. 그러나 하나 둘 세상을 떠나 그 수가 줄어간다. 친구는 나의 일부분이다. 나 자신이 줄어가고 있다.--- pp.286-287
 
여성의 미는 생생한 생명력에서 온다. 맑고 시원한 눈, 낭랑한 음성, 처녀다운 또는 처녀 같은 가벼운 걸음걸이, 민활한 일 솜씨, 생에 대한 희망과 환희, 건강한 여인이 발산하는 특히 젊은 여인이 풍기는 싱싱한 맛, 애정을 가지고 잇는 얼굴에 나타나는 윤기, 분석할 수 없는 생의 약동, 이런 것들이 여성의 미를 구성한다. 비너스의 조각보다는 이른 아침에 직장에 가는 영이가 더 아름답다. 종달새는 하늘을 솟아오를 때 가장 황홀하게 보인다. 그리고 종달새를 화려한 공작보다도 나는 좋아한다. 향상이 없는 행복을 생각할 수 없는 것과 같이, 이상에 불타지 않는 미인을 상상할 수 없다.--- p.45
 
맛은 감각적이요. 멋은 정서적이다.
맛은 적극적이요, 멋은 은근하다.
맛는 생리를 필요로 하고, 멋은 교양을 필요로 한다.
맛은 정확성에 있고, 멋은 파격에 있다.
맛은 그때분이요, 멋은 여운이 있다.
맛은 얕고, 멋은 깊다.
맛은 현실적이요. 멋은 이상적이다.
정욕 생활은 맛이요. 플라토닉 사랑은 멋이다.--- p.76
 
나는 학생 시절에 어떤 카페에서 포도주를 사본 일이 있다. 주문을 해 놓고는 마실 용기가 나지 않아서 들여다보고만 있었다. 술값을 치르고 나오려니까 여급이 쫓아나오면서 왜 술을 안 마시고 그냥 가느냐고 물었다. 나는 할 말이 없어서 그 술빛을 보느라고 샀던 거라고 하였다. 그 여급은 아연한 듯이 나를 쳐다만 보았다. 그후 그가 어떤 나의 친구에게 이상한 사람이었다고 내 이야기를 하더라는 말을 들었다.

술을 못 먹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울할 때 슬픔을 남들과 같이 술잔에 잠겨 마시지도 못하고, 친한 친구를 타향에서 만나도 술 한 잔 나누지 못하고 헤어지게 된다. '피선생이 한 잔 할 줄 알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소리를 들을 때면 안타깝기 한이 없다.--- p.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