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목전에 두면 일출을 맞이하고 싶은 욕망이 커진다. 올해는 매일 떠오르는 아침 해만큼이나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리하여 향한 곳은 울산이다.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마주한 구슬땀 맺힌 얼굴들은 여명의 붉은빛만큼 희망찼다. ‘지금 눈앞을 찬란하게 밝히는 저 붉은 해는 필시 나를 위해 솟아오르는 것일 거야.’ 구름을 힘껏 밀어내고 동천(東天)을 뚫는 ...
공공일호(구 샘터 사옥). 《샘터》와 대학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활기와 희망이 넘치는 젊음의 거리에서 샘터는 새 미래를 꿈꿨고, 동네는 붉은 벽돌 건물을 랜드마크로 품고 날로 번성했다. 같은 세월을 보낸 애틋한 마음으로 대학로를 걸었다. 수많은 이들의 만남과 이별이 곳곳을 수놓는 거리는 여전히 청춘이었다. 서울 동숭동과 혜화동 일대를 일컫는 대학로。 젊음을 상징...
전남 담양 토박이 이진영 씨는 담양의 특산물인 대나무를 닮았다. 훤칠한 키부터 담백한 대답, 무엇보다 담양을 향한 변치 않는 믿음이 담양의 촉촉한 토양과 온화한 날씨에서 자란 곧은 대나무 같다. 아직은 서툴고 여리지만 맑고 고운 햇살 아래에서 자신만의 건강한 목소리를 내보려는 그녀의 모습이 싱그럽다. “자, 여기서부터는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아요.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요. 그...
먼 곳까지 가지 않고 숨을 고를만한 장소로 경기도 시흥의 갯골생태공원을 찾았다. 갯벌과 염전이 남아있어서 여느 도심 속 공원과 차별화되는 곳이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자리에서 사색이 길어졌다. 나는 안팎으로 무엇을 비워낼 것인가에 대하여. 무성한 갈대밭이 장관이어서 가을철 소풍지로 제격인 시흥갯골생태공원은 굴곡의 미학이 깃든 땅이다. 경기도 시흥 장곡동 일대에 잠실종합운동장의...
전주는 도시 전체가 한 권의 소설집 같다. 150여 개의 도서관이 낱장을 이루는 책. 공간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어 그 앞에 서면 소설의 다음 장을 넘기려는 탐독가의 기분이 된다. 아직 읽지 않은 페이지 속으로 어서 들어가보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이 조금 바빠진다. 여행은 곧 어떠한 분위기 속으로 잠수하는 일이다. 특정 공간으로 들어가 그곳의 향기, 소리, 온도로 몸을...
경북 안동은 낙동강을 도포처럼 두르고, 병산(屛山)을 삿갓처럼 쓴 고장이다. 수려한 강산에 깃든 옛 선비들의 깊고 푸른 도량을 마음속에 새기며 꿈 하나를 얻었다. 아름다운 빛이 비처럼 쏟아져내리는 그 풍경은 잠들지 않아도 꿀 수 있다. 햇빛이 사그라지고 달빛이 비치면 우리에겐 유식(遊息)의 시간이 찾아온다. 종일 종종거린 발걸음이 차분해지고 긴장감으로 달아올랐던 상열이 시...
낙산해변에서 바다를 보며 즐기는 ‘여로요가’의 일출 요가.여름이면 매년 2만여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대표 휴양지, 강원도 양양의 바다는 유난히 반짝인다. 물결이 바람에 부드럽게 너울대 햇살이 잘게 부서지기 때문이다. 그 파도에 몸을 싣는 일은 일상이 평온히 흐르는 속도를 체감하는 최적의 방법이다. “예전엔 매일 1시간 30분씩 수련했어요. 하루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나...
인간의 청력으로 듣지 못하는 소리 중에서 단 한 가지를 들을 수 있다면 무엇을 택하고 싶은가. 다신 만나지 못하는 그리운 이의 음성? 반려동물의 속마음? 이슬방울이 풀잎을 구르는 소리? 전남 담양의 녹음 짙은 길을 걸으면 그에 대한 명확한 답이 생긴다. 앞쪽에 달린 털 뭉치를 원하는 방향으로 향하여 사용하는 음향기기. 꼭 권총처럼 생긴 이 장치로 말하자면, 작은 소리를 크...
140여 년 전 개항장이었던 인천항 일대는 음악과 커피를 통해 ‘과거’라는 시간의 물성을 짙게 경험할 수 있는 지역이다. 사람들은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을 찾아 과거를 간직한 장소로 걸음을 옮기지만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익숙함이 아닌 새로움이다. 인간이 삶과 단숨에 사랑에 빠지도록 큐피드가 세상에 쏘아 올린 화살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음악일 것이다. 귓속으로 멜로디가 들어...
남도 지방에는 봄이 일찍 당도한다더니 늑장이었다. 아쉬움을 물리고 외물(外物)을 눈에 담았다. 그저 바라봤을 뿐인데 내가 그들이 되고, 그들이 내가 되어 고운 이야기들이 가슴속에 쓰였다. 깨끗한 마음으로 보니 손톱만 한 세상도 실로 휘황한 세계였다.바람이 이토록 야속했던 적은 없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강풍에 눈이 시려 경치를 제대로 보기가 힘들었다. 봄을 마중하고 싶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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