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이란 말조차 없었던 1993년 겨울, 스물두 살의 내게 ‘다마스 밴’이라는 중고차 한 대가 운명처럼 다가왔다. 아르바이트를 했던 회사에서 250만 원 정도의 아르바이트비 대신 소유하고 있던 경차를 주었던 것. 임금으로 돈이 아닌 현물을 받아 무척 황당했지만 동시에 생애 첫 차가 생겼다는 감격이 밀려왔다. 내 차를 타고 여행을 가고 싶다는 욕망을 주체하...
버려진 건물도 새로운 숨을 불어넣으면 멋지게 재탄생한다. 미술관, 카페, 문화공간, 캠핑장으로 변신한 각각의 공간들을 보니 확실해진다. 공간의 변신도 무죄다. 에디터 김윤미
허기와 추위와 고단함에 모든 의욕을 잠식당한 채로 우린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에 도착했다. 내딛는 걸음마다 따뜻한 음식과 뜨거운 샤워를 향한 갈망만을 거칠게 쏟아내면서. 항구는 조금씩 저물고 있었다. 푸르고 투명했던 낮이 지나간 듯 조금은 붉게 달뜬 저녁 어스름이 바다와 항구에 내려앉아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은 상황이었다. 몇 시간 전에 비하면. ‘기록적인 한파가 전...
[서울 연세대 윤동주기념관] 지붕층부터 보고 싶었다. 성큼성큼 올라가서 조그만 도머창으로 밀려들어오는 백양로의 풍경을 확인하고 싶었다. 창가에 앉아있던 청년의 눈 속에 가득했던 달빛이 얼마나 맑았을지 가늠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도슨트의 안내를 받으며 천천히 그쪽으로 향한다. 기다리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겨 시인의 말쑥한 얼굴을 살핀다. 그의 시를...
[부천 소사공장] 마스크를 썼는데도 먼지가 입안에 씹히고 목에 쌓였다. 발로 바닥을 쓸어보았더니 검은 먼지가 수북하게 밀려난다. “그거 먼지 아니고 철가루예요.” 나를 안내해주던 K가 말했다. 공기 중에 떠도는 철의 맛이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곳을 떠나도 한참 입안을 맴돌 철의 맛. 부천 소사공장은 대단한 규모를 자랑하는 기계공장이다. 기계반, 주물반, 목형...
땅은 척박했다. 흙보다 돌이 많은 땅, 가시덩굴이 뒤엉킨 땅. 농부는 돌을 캐내고 덤불을 뽑았다. 평상처럼 크고 넓적한 바위들은 돌챙이(석공)를 불러 캐고 쪼갰다. 바다에서 불어온 샛바람은 소금기 많은 모래를 자꾸 실어 날랐다. 귀한 흙에 모래가 섞였다. 농부는 캐낸 돌을 밭 테두리에 가지런히 쌓아 모래를 막았다. 여전히 땅은 푸석하고 거칠었다. 화산이 폭발하며 만든 화산...
자연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백패킹(Backpacking) 인구가 늘고 있지만 전문가도 어려워하는 게 바로 장소 선정이다. 야영이 불법인 지역이 많기 때문에 신중하게 장소를 골라야 한다. 자연을 보호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바람직한 백패킹 명소를 소개한다. 퇴근 후 백패킹 경기도 양주 노고산국립공원에 속해있는 북한산에서는 백패킹이 허락되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산에 오르지 ...
[서울 석파정] ‘석파정도’는 도화서 최고 화사인 자비대령화원 이한철이 흥선대원군의 별서 석파정을 그린 그림이다. 윗부분에 도성을 내려다보는 산봉우리를, 아래에는 평화로운 민가를 그려 석파정을 둘러싸게 한 거대한 작품이다. 이 그림은 병풍으로 장황(粧潢)했고, 여러 소장자를 거쳐 현재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직접 대면하기 어려운 이 그림을...
[서울공예박물관] 1931년 2월 1일자 잡지 《삼천리》에 조선 제일의 갑부를 논한 김을한의 글이 실렸다. 그가 말하길 ‘1위는 민영휘, 2위는 김성수, 3위는 최창학’이다. 금광왕으로 경교장을 지은 최창학과 경성방직·고려대학교의 전신인 보성학교·동아일보 등을 소유했던 김성수에 대해서야 들어본 적이 있으나 민영휘는 낯선 이름이다. 양반가에 태어나 세도바람에 평안감사까지 하면...
“밥 퍼?” 백이 주걱을 들고 물었다. “아직.” 몇 분 뒤 백이 다시 물었다. “이제 퍼?” “아직.” “이제 푼다?” “응. 딱 지금이야!” 20여 분 동안 밥 풀 타이밍만 기다린 우린 압력솥 뚜껑을 열고 밥을 그릇에 담아 맛있게 식사를 했다. 전기밥솥이 아닌 직화 압력솥으로 밥을 해먹다 보니 뜸 들이는 시간을 엄수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뜸이 잘 든 음식을 좋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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