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를 맞아 친구들과 캠핑을 간 날이었다. 도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캠핑장에 도착하자마자 이상하게 생긴 쓰레기통을 발견했다. 입구에 손을 깊숙이 넣어 숨겨진 레버를 밀어서 여는 구조였고 사용방법을 자세히 읽지 않으면 열기가 불가능해 보였다. “여기는 쓰레기통 여는 방법이 특이하네?” 친구에게 묻자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곰이 못 열게 하느라고 그...
삼십 세 혹은 장밋빛 인생(1931, 98×128cm, 빌드파리 현대미술관, 캔버스에 유채) 요즘 나는 프랑스의 화가 라울 뒤피(Raoul Dufy, 1877~1953)에 대한 에세이를 쓰고 있다. 아니, ‘이제 쓰기 시작했다’가 더 맞는 표현이다. 벌써 몇 달 째 작품들을 감상하고 짧은 문장만 끄적거렸지 문단으로, 글로, 책으로 꿰매는 일에는 충실히 임하지 못하고 있다....
쁘띠 제네빌리에 근처의 센 강둑에 있는 리차드 갤로와 그의 개 딕(1884, 89×116cm, 개인 소장, 캔버스에 유화) 20대 내내 내가 가진 소망이 하나 있었다면 한강을 걸어 나갈 수 있는 장소에 사는 것이었다. 간절히 바란 덕분인지 지금의 나는 5분만 걸으면 한강 공원이 있는 집에서 매일 아침저녁, 거실 창밖 너머로 한강의 풍경과 인사하며 살고 있다. 별다른 일이...
우연과 상상 국내 개봉 2022년 5월 4일감독 하마구치 류스케출연 후루카와 코토네, 현리, 나카지마 아유무 아무런 인과관계 없이 뜻하지 아니하게 일어난 일, 우연. 영화에서 우연이 반복되면 개연성이 없는 스토리가 되지만 현실에서 우연은 수시로 등장한다. 초대하지 않은 손님처럼 불쑥 찾아와 초인종을 누른다. 딩동. “계세요? 저 우연인데요. 지나가다 잠깐 들렀어요. 왜냐고...
베트남 하노이라고 하면 누구나 쉽게 떠올리는 것이 우리에게 쌀국수로 알려진 ‘퍼’와 커피일 것이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쌀국수만큼, 어쩌면 쌀국수보다 더 현지인들의 삶 깊숙이 녹아있을지 모르는 것이 바로 꽃이다. 하노이 거리를 가득 메운 ‘꽃 자전거’들을 보면 하노이 사람들이 얼마나 꽃을 좋아하는지 짐작된다. 동네에는 열 발자국 뗄 때마다 꽃집이 보이고 시장에는 과일장수...
The Contest for the Bouquet: The Family of Robert Gordon in Their New York Dining-Room (1824~1910, 62.5×74.9㎝, 캔버스에 오일) “직업이 아트컬렉터세요?” 요즘 들어 미술재테크나 미술컬렉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주 받는 질문이다. 그때마다 이렇게 대답한다. “취미가 아트...
내가 현재 직장생활을 하며 살고 있는 나라는 여름 기온이 55℃에 육박하는 사막 국가 카타르다. 중동에 위치한 카타르는 한국 사람들에게 꽤 생소한 나라였을 테지만 이번 2022월드컵으로 인해 인지도가 현격히 높아졌음을 실감하는 중이다. 월드컵이 사상 처음 중동에서 열린 만큼 이전 월드컵에서는 볼 수 없던 진풍경이 이곳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서 펼쳐졌다. 축구경기...
우리집개봉 2019년 8월 22일 감독 윤가은출연 김나연, 김시아, 주예림 나의 유년은 이사의 연속이었다. 바로 옆 골목일 때도 있었고 버스로 세 정거장 이상 떨어진 곳일 때도 있었지만, 그게 몇 킬로미터든 상관없이 어딘가로 떠밀려가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가난의 파도가 나를 자꾸 평균의 삶 밖으로 밀어내는 것 같았다. “이사 많이 다녔어?”“한 여섯 번? 일...
Winter on the Isle of Stord(1890, 65.1×48.3cm, 캔버스에 파스텔) In the Elbank, Hamburg(1886, 35.6×50.8cm, 종이에 파스텔) 벌써 한 해의 마지막 계절이다. 시간이 빠르단 말도 너무 자주 사용하는 듯해 머쓱해진다. 사계절 중 땅이 눈에 덮여 폭신폭신한 이불을 덮은 모습을 볼 수 있는 겨울이 되면 습관...
일본에서 지낸 지 어느덧 햇수로 10년째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일본에서의 생활방식이 자연스레 몸에 익었다. 그래서인지 가끔 한국에 가면 마치 외국에 나온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이색적으로 보이는 문화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마트나 상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1+1행사’다. 일본에서는 대형마트나 편의점에 가도 1+1이벤트는 보기가 힘들다. 제품들도 대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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