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프랑스 파리에서 선보인 한 한국인 화가의 독특한 퍼포먼스가 미술계의 화제였다. 대형 캔버스 위에서 온 몸에 물감을 묻힌 채 춤을 추는 작가의 몸짓에 따라 선이 그어지고 채색되는 과정이 관중을 매료시켰다. 입체파 화가가 현 시대로 살아 돌아온 듯 스스로 붓이 되어 한 폭의 추상화를 완성하는 전위적인 현대미술을 파리 시민들은 크게 반겼다. 세계적인 예술의 도시에서 음악...
교실에 들어서니 칠판 가득 빼곡하게 동요 달맞이의 노랫말이 적혀 있다. 선생님은 천천히 가사를 불러주고 학생들은 일제히 책상에 머리를 숙인 채 받아쓰기를 한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에서 볼 수 있는 기초한글 교실 풍경이다. 이곳에는 60세부터 85세까지 한글을 모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어르신들이 낱글자부터 하나 하나 글씨를 익혀 가고 있다. 수업이 있는 날 오전 10시가 ...
한창때엔 하루에도 수없이 오가던 길이련만 등산로 초입에 들어선 뒤에도 지게꾼 임기종(62) 씨의 얼굴엔 좀처럼 흥이 비치지 않는다. 외설악 입구인 신흥사 절 마당 앞에 보관 중인 지게를 살피러 간 사이 운무에 가려 있던 봉우리 하나가 대신 반갑게 얼굴을 내민다. 깎아지른 저 산등성 기암괴석에도 그의 추억과 온기가 남아있을까. “어디 권금성뿐인가요. 저기 말고도 설악산 구석구...
4년차 패션모델인 오스틴강(30)은 어떤 옷을 입어도 ‘그림’이 된다. 185센티미터의 훤칠한 키와 근육질 몸매를 지닌 그가 무슨 옷을 입든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중에서도 오스틴강이 가장 선호하는 옷은 명품 슈트도, 화려한 트레이닝복도 아닌 단정한 조리복. 모델 활동은 어디까지나 요리에 전념하기 위한 경제적 수단이라고 말하는 그는 요리사복을 제일 편안해하는 천생 셰프다. ...
지용주(32), 김슬기(30) 씨는 올해로 결혼 4년 차에 접어든 잉꼬 부부다. 연애 기간 7년까지 합하면 11년째 함께해온 커플이지만 아직도 신혼처럼 달콤한 일상을 보낸다. 부부에게는 둘 사이를 가깝게 유지시켜주는 특별한 식구가 있다. 3년째 딸처럼 애지중지 키워오고 있는 반려견 ‘스잔’이다. “다른 맞벌이 부부들은 퇴근 후에 저녁 먹고 나면 피곤해서 소파에 누워 TV나 ...
써니미용봉사단의 임시 미용실이 차려지는 대구 율하동의 푸른실버타운 로비가 장날처럼 왁자하다. 한 달에 한 번 머리하는 날을 기다린 사람은 요양원 어르신들뿐만이 아니다. 커트보자기를 씌워주고 머리카락을 쓸며 어르신들을 이동시키는 요양보호사와 복지사, 간호사 등 모두에게 이날은 특별한 날이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는 것 같아요. 게다가 써니...
미국의 한 저명한 야구 저술가는 야구 규칙을 설명하는 자신의 저서에서 심판에 관한 소개글을 다음과 같은 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자, 이제 악당을 등장시킬 차례다.’ 야구 심판의 직업적 숙명에 대해 익살맞게 표현한 말이지만, 실제로도 많은 이들이 심판을 비난받아 마땅한 악당처럼 취급하는 게 사실이다. 스포츠에 승패가 존재하는 한 심판을 악당과 동류로 취급하는 시선은 필연적이...
트로트가수 윤수현(32)과 2년째 함께 일하고 있는 매니저 박광영 씨는 그녀의 쾌활한 성격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다 스스로 그녀의 광팬이 됐다고 말한다. “수현 씨가 어찌나 에너지가 넘치는지 밤늦게 행사 마치고 지방에서 올라올 때면 재밌는 얘기나 노래로 내내 즐겁게 해줘요. 제가 정말 무뚝뚝한 편이었는데 수현 씨랑 일하면서 성격도 외향적으로 바뀌었어요.” 매니저의 칭찬처럼 인터...
천장까지 쌓인 물건들을 치울 때마다 바닥에 시커먼 바퀴벌레들이 흩어졌다. 선반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냉장고 속 반찬통에서는 악취가 진동했고, 허리까지 쌓인 쓰레기 더미 집에서 3년 동안 두문불출했다는 거주자는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것같은 눈으로 봉사자들을 맞았다. 무더운 여름날, 경기도 동두천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로컬드림봉사회’가 마주한 현장은 상상을 초월했다. T...
그의 시선이 캔버스 한 면을 말없이 더듬는다. 한참 후에야 붓을 들어 그 자리에 신중하게 몇 개의 점(點)을 찍는가 싶더니 뒤로 물러나 터치의 굵기와 위치, 색과 농도를 확인한 후 다시 다가가길 무한히 반복하는 제작 과정. 필촉이 가장 작은 1호 사이즈 붓을 애용하는 화가 김주철(57)의 점묘화 작업은 이렇게 긴 시간을 들여 달팽이처럼 느리게 느리게 앞으로 나아간다. 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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