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여행객과 미술인들이 즐겨 찾는 삼청동의 오랜 터줏대감 ‘삼청동 수제비’. 뭉뚱그려 삼청동이라 하지만 동명(洞名)을 따지면 삼청동, 팔판동, 소격동, 화동, 사간동 등으로 잘게 나뉜다. 이 일대는 조용한 주택지였다. 1964년에 결혼한 영화배우 신성일과 엄앵란의 신혼집도 소격동 골목 안에 있었다. 얼마 전까지 갤러리 옵시스의 건물이었다. 이 동네에는 청와대, 기무사,...
상암동 하늘공원 하루가 다르게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은 억새가 한창이다. 높이 90미터의 평평한 인공산 정상을 뒤덮고 있는 억새 숲은 매년 이맘때마다 서울 시민들이 자랑할 만한 만추가경(晩秋佳景)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1978년부터 1993년까지 서울의 흉물이었던 거대한 쓰레기 산의 모습을 떠올릴 사람은 얼마나 될까. ...
충남 보령그 바다도 이젠 가고 없었다. 개펄 대신 논배미들이 열린 뭍이었고, 기름진 농경 지대로 뒤바뀌어 있던 것이다. 상전벽해라고 듣던 말이 바로 그것이었다. 바다와 물을 경계하는 제방은 이십 리도 넘는다고 들었다. 그 제방 울안, 내 또래의 어린 것들이 제집 마당으로 알며 놀았던 개펄과 갈대밭은, 구획도 제대로 된 논으로 변해버려 염분이 성에처럼 서리고, 고둥이며 장뚱이...
북한산 자락에 주택들과 갤러리들이 어우러진 평창동. 북한산 기슭의 평창동은 고급 주택가다. 도심에서 가까우면서도 한갓진 느낌이 든다. 전철은 다니지 않고 주택가를통과하는 대중교통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경사가 가파른 길이다. 보행자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평창동에는 조용한 환경을 좋아하는 문인, 예술가들이 많이 산다. 문학평론가 이어령·강인숙 부부는 평창동에...
서울 여의도 서울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한강과 영등포 인근 작은 샛강 사이에 떠 있는 여의도. 일제 강점기 때부터 비행장으로 쓰이며 허허벌판이던 섬은 1970년대 초 한강개발계획에 따라 공공기관, 금융기관, 방송사 등이 들어서면서 빼곡한 빌딩숲으로 변해갔다. 비행기 이착륙 소리뿐이던 적막한 땅은 꿈을 찾아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1980년대 세워진 LG트윈타워,...
나는 워낙 추위를 타선지 겨울이 지긋지긋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겨울도 채 오기 전에 봄꿈을 꾸는 적이 종종 있습니다. 이만하면 얼마나 추위를 두려워하는가 짐작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계절의 추위도 큰 걱정이려니와 그보다도 진짜 추위는 나 자신이 느끼는 정신적 추위입니다. 세월은 흘러가기 마련이고 그러면 사람도 늙어가는 것이려니 생각할 때 오늘까지 내가 이루어놓은 일이 무엇인...
교토 시조대교에서 본 압천. 정○용으로 어중간하게 표기되던 이름의 시인이 있었다. 납·월북 문인 작품 해금(解禁)이 이루어진 1988년, 그해부터 그 이름은 온전히 채워져 정지용이라 불리게 되었다. 이듬해 정지용의 시 향수에 김희갑의 곡이 붙여졌다. 테너 박인수와 대중가수 이동원이 듀엣으로 부른 그 노래는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인기곡이 되었다. 정지용은 이 땅의 국민 시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정지용(1902~1950)은 충북 옥천 출신이다. 1922년 휘문중학을 졸업한 이듬해 일본 교토의 도시샤대학으로 진학하여 영문학을 전공한다. 이십 대의 대부분(1923~1929)을 교토에서...
서울시청 앞 지하상가 올여름처럼 연일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가 계속되는 날에는 산책을 겸해 시원한 도심 지하상가로 내려가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 서울시청 지하광장을 기점으로 이 일대엔 시티스타몰, 회현지하상가, 소공동지하상가, 명동지하상가, 을지로지하상가 등이 이웃해 있다. 이 중 가장 볼거리가 많은 곳은 지하철 1,2호선 시청역과 바로 연결되는 서울시청 지하광장과...
충북 옥천 오오오오오 소리치며 달려가니/ 오오오오오 연달아서 몰아온다// 간밤에 잠 살포시/ 머언 뇌성 울더니// 오늘 아침 바다는/ 포도빛으로 부풀어졌다 - 바다1 중바다는 뿔뿔이/ 달어날랴고 했다// 푸른 도마뱀떼 같이/ 재재발렸다- 바다 2 중 정지용은 바다를 사랑했다. 그가 남긴 시 중에 ‘바다’가 제목인 것만 해도 아홉 편이나 되고, 갈릴레아 바다 해협처럼 바다를 노래한 다른 작품도 무수히 많다. 그가 제일 많이 사용한 시어도 바다였다. 그가 남긴 130여 편의 작품에서 바다라는 단어는 총 81회 등장한다. 내륙 중 내륙의 땅 충북 옥천에서 나고 자란 그는 어째서 바다를 마음에 담았을까. 지용이 바다를 처음 만난 것은 스물두 살 때인 것으로 추정된다. 동경 유학차 일본으로 건너가던 중 선상 갑판 위에서 바라본 바다는 청년...
데어, 데스, 뎀, 덴….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우던 학생들이 달달 외워야 했던 독일어 정관사다. 그러나 독일은 아득하게 멀었다. 해외여행 자유화가 된 건 1989년. 그전에는 외국에 한번 나가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그만큼 외국에 대한 동경도 컸다. 외국을 향한 절실함을 메워준 게 을지로의 미국문화원, 삼청동의 프랑스문화원 등의 외국문화원이었다. 젊은이들이 외국문화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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