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선숲길 1989년 발표돼 인기를 모았던 가요 〈춘천 가는 기차는 경춘선 열차를 바라보는 서울 사람들의 정서를 이렇게 대변한다. ‘조금은 지쳐 있었나 봐, 쫓기는 듯한 내 생활. 아무 계획도 없이 무작정 몸을 부대어보며, 힘들게 올라탄 기차는 어딘고 하니 춘천행.’ 바쁜 일상을 벗어나 가고 싶은 곳, 청춘의 낭만을 실어 나르던 추억의 길…. 과거 경춘선은 북한강의 낭만을 찾아가는 젊은이들로 왁자지껄한 기찻길이었다. 그로부터 이십여 년...
천리포수목원 무궁화 ©고규홍 평생을 바쳐도 보기 어려운 꽃이 있는가 하면 보지 않으려 해도 안 볼 수 없는 꽃도 있다. 이 여름 우리 땅 어디에서라도 무궁히 피어나는 무궁화 꽃이 그렇다. 아침에 핀 꽃이 저녁에 지면 이튿날 다른 꽃송이가 몽실몽실 피어나기를 거듭하며 우리의 여름을 지켜주는 꽃이다. 한 그루에서 대략 서른 송이쯤의 꽃이 백 일 동안 피어나니, 그루마다 무려 ...
실레마을에 복원해놓은 김유정 생가. 나의 고향은 저 강원도 산골이다. 춘천읍에서 한 이십 리 가량 산을 끼고 꼬불꼬불 돌아 들어가면 내닫는 조고마한 마을이다. 앞뒤 좌우에 굵직굵직한 산들이 빽 둘러섰고 그 속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다. 그 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옴폭한 떡시루 같다 하여 동명을 실레라 부른다. 집이라야 대개 쓰러질 듯한 헌 초가요 그나마도 오십밖에 못 되는...
인현시장은 서울의 도심부에 자리하고 있다. 을지로3가역 8번 출구를 나와 명보아트홀에서 PJ호텔(옛 풍전호텔)로 가다 보면 도로 오른쪽에 시장이 나타난다. 입구가 매우 좁아서 이 지역을 자주 드나드는 사람이 아니면 시장인 줄도 모르고 지나쳐버리기 십상이다. 시장이라곤 하지만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파는 가게보다는 식당이 더 많다. 시장 골목은 세운상가의 연장인 주상복합 건물 신...
합정동 토정로 서울 서교동 홍익대 주변은 대학가 중에서도 이색 카페와 소규모 갤러리, 개성 넘치는 패션숍 등이 많기로 유명하다. 얼마 전부터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움튼 젊음과 낭만의 기운이 조용한 주택가였던 연남동, 망원동, 상수동 등지로까지 흘러들어 갔다. 오래된 단독 주택과 낡은 건물들이 카페와 음식점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고, 주말이면 트렌디한 문화를 찾는 사람들로 온 ...
담양 죽녹원 대나무 숲 ©고규홍 세상의 모든 식물은 꽃을 피운다. 자손을 번식하려는 생명의 본성이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해도 꽃 피우지 않는 식물은 없다. 소나무나 은행나무는 물론이고 상수리나무, 갈참나무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에 꽃 피우지 않는 식물은 없다. 그런데 사람의 평생을 바쳐도 보기 어려운 꽃이 있다. 대나무 꽃이다. 물론 대나무에도 꽃은 피어난다. 그러나...
전남 신안 안좌도 내 고향은 전남 기좌도. 고향 우리 집 문간에 나서면 바다 건너 동쪽으로 목포 유달산이 보인다. 목포항에서 백 마력 똑딱선을 타고 호수 같은 바다를 건너서 두 시간이면 닿는 섬이다. (중략) 친구들이 ‘자네 고향섬이 얼마큼 크냐?’고 물으면 ‘우리 섬에선 축구 놀음은 못 한다’고 대답한다. 공을 차면 바다로 떨어질 것 같기 때문이다.- 고향의 봄, 1962. 3 소년은 바다를 바라보았다. 저 멀리 유달산과 목포항이 눈에 담겼지만, 호기심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 너머 세상이 궁금했다. 넘실대는 청자빛 바다 물결은 소년에게 속살거리는 듯했다. ‘나는 어디든 흘러갈 수 있단다. 너는 어디로 가고 싶니? 무엇이 되고 싶니?’ 공을 차면 바다로 떨어질 것 같은 작은 섬마을 소년은 더 큰 세상을 꿈꿨다. 그는 짐작이나 했...
현상소, 스튜디오, 수리점 등이 몰려 있어 마치 하나의 사진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듯한 충무로. 라이카, 니콘, 핫셀블라드…. 모두 카메라 명기들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카메라는 부와 문화의 상징이었다. 맥고모자와 선글라스, 롤라이 이안 리플렉스 카메라를 어깨에 멘 아가씨가 도심을 걸으며 이미지를 채집하러 다니는 모습은 드물게 눈부신 장면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카...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전형적인 부촌으로 여겨지는 이곳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후반부터다. 강남을 중심으로 아파트 건축 열풍이 일며 맑은 못이 있던 강촌 ‘청숫골(청담동의 옛 이름)’에도 당시로는 보기 드문 고층 아파트들이 하나둘 들어섰다. 명문고로 불리는 경기고등학교가 북촌에서 이곳으로 이전해오고, 영동고등학교가 신설되면서 집값 또한 날로 상승했다. 더 이상 ...
전북 무주 삼공리 반송 ©고규홍 한 잎 두 잎…. 꽃 진다. 꽃과 함께 속절없이 봄날이 간다. ‘봄날은 간다’는 장탄식에는 ‘세월이 간다’는 속내가 담겼다. 세월 가는 걸 굳이 봄날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건 봄이 유난히 아름다웠기 때문이리라. 그건 붙들고 싶으나 붙들 수 없는 아름답던 시절이 하릴없이 지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기도 하다. 거개의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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