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사람마다 삶의 가치에 따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겠지만 인생을 형성하는 가장 공통적인 요소는 시간이다。 인생은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은 인생의 어느 순간 ‘아、 인생은 이런 거구나’ 하고 각자 깨닫는다。 나름대로 인생의 정의(定義)를 내리게 된다。 그런데 가장 기본적인 인생의 정의는 ‘인생은 시간이다’이다。 예전에는 설날에 동...
‘쾌락비건’을 연재하는 동안 고마운 일이 참 많았다. 일단 꾸준히 글을 쓸 공간이 있어 행복했다. 글감을 찾느라 식물성 식재료나 비건 음식점들을 전보다 열심히 살펴보다가 채식이 더 좋아진 것도 기쁜 일이다. 하지만 가장 고마운 건 ‘쾌락비건’을 좋아해주신 독자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점이다. 다만, 이 시리즈로 인해 나를 비건으로 오해한 분들이 많아진 건 조금 난처하고도 송구...
2018년 5월、 수도서원 50주년 기념으로 동기 수녀 열 명과 함께 제주도에 다녀왔다。 그때 다리가 많이 아파 처음으로 공항에서 휠체어 서비스를 받으며 조금은 부끄럽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7년 만에 다시 제주도에 가게 되었다。 주변의 권유도 있고 해서 그때와 마찬가지로 ‘교통약자’로 분류되어 휠체어를 탔는데 예전과 달리 전혀 부끄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제주...
〈세계의 주인〉의 주인에게 주인아 안녕? 내 이름은 희연이야. 너에게만큼은 내 이름을 밝히며 대화의 물꼬를 트고 싶었어. 네가 그곳에서 주인으로 존재하듯, 나도 이곳에서 내 이름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어서. 너를 만나고 우리에게 이름이 존재하는 이유를 생각해보게 됐거든. 언젠가 호우라는 시에서 ‘이름이라니, 우리는 정말 멀리 와버린 것이다’라는 문장을 쓴 적이 있어. 시의 내용은 이러해. 어느 날 갑자기 방 안으로 새 한 마리가 날아든 거야. 처음엔 창문을 열어 날려 보냈는데, 몇 번을 날려 보내도 기어이 되돌아오는 새를 보면서 어느 순간 결심을 하게 돼. 아, 이건 불가피하고 불가분한 일이구나. 저 새를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하는구나. 그리고 ...
우리 집엔 크리스마스트리가 없었다. 나는 산타의 부재를 진작에 알아버린 어린아이였다. 하지만 증조할머니 덕분에 내게도 믿어야 할 일들이 생겼다. 일고여덟 살 때쯤, 할머니는 진지한 얼굴로 내게 경고했다. “너 수박씨 먹으면 뱃속에 수박 자란다.” 공포감에 휩싸인 내 작은 입술 사이로 씨들이 튀어나왔다. 그 밖에도 나는 할머니가 하는 모든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롯데리아 ...
새벽 세 시, 때아닌 휴대폰 진동 소리에 잠에서 깼다. 친구 정일품이었다. “애인이랑…. 헤어졌어….” 알아 듣기 힘들 만큼 흐느끼는 목소리는 이내 상처 입은 짐승의 울부짖음으로 변했다. 이렇게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쏟아내는 정일품은 처음 봤다. 너무 놀라 어떤 위로의 말도 건네지 못한 채 친구의 처절한 통곡 소리를 망연히 듣고만 있었다. 1,000일 만에 다가온 이별이...
나는 그때 아직 대학에 재학 중이었지만 그곳 강릉의 임영재건학교에 교사로 나가고 있었다. 낮에는 배우고 밤에는 가르치는 그런 생활이었다. 학생들은 라디오 수리공, 연탄 배달부, 배추장사, 은행의 급사, 불구자 등 각양각색이었고, 나보다 나이가 많은 학생들도 여럿이었다. 나는 열심히 그들을 가르쳤다. 그해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학생들이 초대를 해주었다. 친구들과의 약속을 취...
미얀마 만달레이 컴퓨터 대학 학생들과 함께. 독일의 문학 작가 한스 카로사(Hans Carossa)는 ‘인생은 너와 나의 만남’이라는 격언을 남겼다. 이 말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이들을 만나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도움을 받는다. 만남으로 시작되어 만남으로 끝나는 일생. 나는 그중에서도 코이카와의 만남을 빼놓을 수 없다. 기자와 편성 책임자로 오랫동안 방송국에서 일해...
김성웅(37) 님의 초대장장소 경기도 파주시 파스텔톤 아파트수취인 장난감과 인형을 좋아하는 어른드레스코드 공주님 원피스와 왕자님 턱시도 안녕하세요. 파주에 사는 김성웅입니다. 저는 어제 잠을 한숨도 못 잤어요. 여러분을 만나기 위해 오늘 기자님과 인터뷰를 하기로 했거든요. 생전 처음인 인터뷰를 잘할 수 있을지, 혹시 기자를 사칭한 나쁜 사람은 아닐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어서...
“어제와는 다른 얼음. 오늘의 투명함. 그렇게 얼음이 얼음을 껴안는 형상을 보았다.” 여러 피아노곡을 좋아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하농이다. 하농은 19세기 프랑스 음악가 ‘샤를 루이 하농’이 작곡한 피아노 연습곡으로 공식 제목은 ‘명피아니스트를 위한 60개의 연습곡(The Virtuoso Pianist in 60 Exercises)’이다. 대부분은 작곡가의 이름을 따서 하농 혹은 하농 연습곡이라고 부른다. 하농은 연습곡이기 때문에 화성 패턴이 반복되고 비슷한 음계가 연속되는 경우가 많다. 곡의 목적상 이...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