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태백은 청정하다. 투명한 물과 맑은 바람결에 마음을 비춰보면 그 깊은 곳에서 남몰래 솟아 나오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할 용기다. 운동화에 아이젠을 단단히 채우고 눈길을 오르는 길, 임상춘(74) 씨는 연신 “원더풀”을 외쳤다. 그는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공직 생활을 시작하면서 강원도 태백에 터를 잡은 지 40년 된 터줏대감이다....
경남 통영을 여행하면서 한 줄의 문장도 종이에 쓰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모진 성품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크다. 게스트하우스도, 책방도, 문학기념관도, 심지어 술집도 노트를 활짝 펴둔 채 손님이 글을 쓰고 가길 기다린다. 그 열렬한 권유에 남쪽의 미항에선 누구나 쓰는 감각에 취한다.먼 길을 나아가는 첫걸음은 때때로 사소한 궁금증 하나가 추동한다. 서울에서 버스로 네 시간 넘게 ...
경북 칠곡에서는 무엇이든 진하다. 시에 담긴 정서의 농도가 짙고, 길에 감도는 적막감의 밀도가 높으며, 팔팔 끓인 뼈해장국조차 국물 맛이 깊다. 이곳을 거닐면 이것들을 대하는 마음 역시 진실해진다. 쇠잔해진 시간은 왜 그리 빨리 달아나려고 하는 걸까. 시간도 고단한 생을 어서 마감하고 안식에 들고 싶은 걸까. 주인이 삶의 마지막 장에서 발견한 기쁨까지 충분히 누리도록 늑장을...
정동진 앞바다는 소란하지도 쓸쓸하지도 않은 균형미가 흐른다. 즐기는 바다가 아니라 바라보는 바다여서 그렇다. 파도의 자태가 고와서일까, 쪽빛이 눈부셔서일까. 여행자는 그저 수평선을 응시하기만 해도 마음이 트이고, 바다는 그런 사람들이 좋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애틋하다.정동진과 잇닿은 동해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바다다. 자꾸 사람 곁으로 다가오려 하고 사람을 옆에 끌어 앉...
한재희(37) 씨의 동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우리 동네 명소비산동 산책로 #활기넘치는거리작년 가을, 집과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가족의 품에서 벗어나 독립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연고지 없는 낯선 곳에서 혼자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 걸까요? 1년이 지난 지금은 마치 오래 산 동네처럼 이곳이 정겹고 편안합니다...
“식물은 자기만의 자라는 속도가 있습니다. 자기 속도대로 자라야만 건강한 정원이 되고, 숲이 되죠.” 그날, 조경가 박승진은 이런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남산 자락에 자리한 어느 주택의 정원을 둘러보며 잡지에 실을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이었다. 그는 집 곳곳에 심은 자작나무, 팥배나무, 히어리, 참억새, 홍자단, 사람주나무들을 어루만졌다. 신기하게도 남산의 숲이 푸를 때면 ...
전주천을 사이에 두고 한옥마을을 벗하고 있는 전북 전주 동서학동의 좁은 골목길. 골목 어귀에는 할아버지가 버선발로 나와 반겨줄 것 같은 보라색 대문 집이 있다. 한결같이 그 자리에 있어 더 반가운 ‘똘랑코티지’에서는 유년의 정겨운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오른다.어린 시절에 오가던 골목을 떠올리면 그리운 것들이 가득하다.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 밥 짓는 구수한 냄새, 나를...
최인순(62) 씨의 동네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우리 동네 명소구미동 맨발 황톳길 #산책중독하지정맥류를 앓고 있는 저는 오래 서있으면 다리가 탱탱 붓거나 쥐가 나곤 했어요. 나이 들수록 다리 근육까지 점점 약해져 걷다가 균형을 못 잡고 넘어질 뻔한 적이 여러 번이고요. 그런데 작년 가을, 제가 자주 가는 탄천에 ‘맨발 황톳길’이 생긴 거예요. 그렇잖아도 요즘 유행하는 맨발 걷...
양반의 고을, 경북 예천의 풍양면 우망리는 ‘동래 정씨’ 집성촌으로 옛 선비들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이다. 고풍스러운 한옥들이 즐비한 마을에서 유독 활기가 넘치고 온기가 가득한 집이 있다. 150여 년의 세월을 품은 고택 ‘영로재’다.우리 삶의 터전이 되는 땅에는 분명 기운이 존재한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풍수지리를 따져가며 좋은 땅에 자리를 잡으면 후손들까지 복을 받을 거라고...
다람쥐통, 문어다리, 백조, 인디아나 존스, 회전목마, 회전 그네. 이런 이름들을 들으며 아련한 눈빛으로 ‘반갑다, 그립다’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친구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공원에는 이런 이름의 놀이기구 몇 가지는 꼭 있었다. 소풍도 가고, 사생대회도 가던 그런 곳. 넓은 잔디밭에 모여 앉아 ‘수건돌리기’를 하던 기억 한 조각도 떠오른다. 술래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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