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마다 낡은 꿈을 닦아 창문에 걸었다 시간을 갉아먹는 벌레가 찌찍 소리를 냈다아침 새와 비 온 뒤의 안개와 작은 연못과몇 가닥 목소리가 처마 끝에서깜부기불 심지처럼 피어났다 스러지곤 했다 아카시 꽃잎처럼 흔들리던 일이며들길 끝까지 걸어갔다 돌아오던 일이며열리지 않던 문 앞에서 주저앉던 일이며 목련도 흩어지고 철쭉도 시들고시간의 시소는 소멸 쪽으로 자꾸 기우는데잊히지 않으려...
오래된 명화 습기에 얼룩 번져 화제마저 희미하고 빛났던 일대기는 세필이 덧칠했다어디에 내걸지 못한 어머니의 자화상정순연 (경남 양산시) 동백 떠난 후떨궈져 뒹구는 꽃잎 각혈 토해 흥건하다엷게 깃든 아쉬움에 추적이는 빗소리동백꽃 떠난 자리엔 숨 고르는 계면조금순희 (서울 서초구) 뽑는 말시조는 정형시다. 형식을 따르되, 형식에 갇혀서는 안 된다. 형식에 끌려 다니지 ...
아름다운 물의 마을가수리(佳水里)에 가면동강의 물이 되어 흐르고 싶어진다.흐르다 지친 몸이때로 뼝대 끝에 닿는다면그대로 멈춰서서 잠들고 싶어진다.산끝에서 산끝을 물고돌아가는 수심(水深)처럼 우리들 생애 또한 깊어질 수 있다면,물밑 자갈돌처럼이나맑아질 수 있다면 어찌더딘 물길이라고 흘러가지 않겠는가.수백의 폭포가 몸을 던져 그들의 거친 생애를 동강에 맡길지라도산과 나무, 구름...
신록 앞에서머리에 수건 쓰고 물 한 동이 푸는 뻐꾹목 축인 약초들은 산 향기 풀어내고초록 숲 비집는 햇살 쏘다니는 잎새 고기김진주 (경기도 안양시) 개화햇살이 속살거려 솔기 터진 벚나무들망울진 가지마다 봄비가 애태우며빗장 건 그녀의 옷고름 밤새도록 풀고 있다서기석 (경기도 수원시) 뽑는 말새로움은 창작의 핵심이다. 새롭지 않은 데서 어찌 감동을 기대하겠는가. 타성이나 ...
꽃 진 자리에서 꽃을 기다리는 시간슬픔이 아주 천천히 말라가는 시간 울컥! 할 수도 있겠으나 그냥 또떨어진 꽃잎 세다보면 기어이는 잊을 수도 있을허기가 슬픔을 이기는, 기차의 행선지가 궁금해지는 그런 순간은 언제나 슬픔이 끝난 시간에조금은 아린 혀끝으로 오려니 꽃 진 자리에 돋아나는 초록의 할거에도질기게 슬픔을 이긴 시간이 묻어 있으려니 피재현 1967년 경북 안동에서 ...
목련 지다 내 엄니 집 나서며 툭 떨군 무명옷을봄볕이 심지 돋워 연기 없이 태우던 날머리 푼 아지랑이는 눈물 훔쳐 보였다 김금만 (전북 군산시) 수련 무언가 건져 낸다 뻘밭에 발 담그고자맥질 재촉하는 봄비를 올려보며감출 듯 꺼내놓는 건 다 씻긴 번뇌인지 여환탁 (대구시 동구) 뽑는 말시는 느닷없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말하지 않고는 못 배길 욕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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