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오래오래 서성입니다 울음에 그을린 얼굴로 우레와 폭우를 감춥니다구름의 헐거운 안부는 당신의 몫입니다 발목이 얇고 입술이 얇은 당신은낯설고 다정한 귓속말로 묻습니다 사랑이라 부르면 안되는 마음이 있냐고한낮에 겹겹의 별자리를 긋는 마음을 아냐고 돌연하고도 뜻밖인 자리에당신의 뜨거운 숨처럼, 아무런 궁리도 없이 그저 마음에서 밀어내야 하는, 당신의 눈빛만 반짝입니다마음에서...
2월 생수로 헹군 초심 향기 아직 비릿한데부으면 넘칠까 따르다 못 채울까멀뚱히 바라보는 2월, 굽이 주춤 내려앉은김용선 (청주시 청원구) 호접란낚싯대 드리우고 심연을 응시한 채봄 낚시 삼매경에 미동도 않더니만낚은 봄 나비 몇 마리 나풀나풀 걸렸다조다남 (울산시 동구) 뽑는 말시상은 잠재의식 속에 숨어 있다. 하지만 그것을 끄집어내는 것은 의식이다. 글은 의식의 작용...
나이 듦은 미안해야 하는 건가? 집사람 저녁 약속이 있다고밥상만 차려놓고 휙 나갔다. 94세 장모, 나만 집에 남았다.딸자식 나간 것이 걸리셨는지같이 사는 것이 불편하신건지 그냥 놔두시라고 말려도내가 먹은 설거지를 굳이 손수 하시겠단다. 나이 들어 자식 집에 신세진다는 것이이렇게 불편한 건가?나도 그닥 멀지 않은 일인데…. 내 모습 같을 것도 같고내 마음 같을 것도 같다....
비린 밥상 아버지 나 어릴 때 아가미 펄럭이며소금의 냄새 좇아 흰 물결 되었다지굽은 등 뼈만 환해서 고등어 못 먹는 밤 이지은 자벌레 무언가 배우는 건 자신을 재어보는 것반으로 접었다가 온몸을 펼치고도모자라 다시 또 접는 키만큼의 깨달음 김순철 심사평“시를 짓는 데에는 두 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첫째로 어려운 일이고, 청명하게 여운 있게 하는...
홍매화 부은 발로 굽이진 길 봄 오도록 걸었구나두 볼 언 꽃망울 올망졸망 거느린 채해지고 터진 발등에 핏방울로 맺힌 꽃 이을숙 수상소감겨울이 아직 그림자를 채 다 거두지 못한 2월부터 매화를 찾아 떠도는 탐매객들의 발걸음은 바빠집니다. 매화의 첫 꽃을 사진에 담기 위해 저도 몇 해를 여기저기 떠돌았습니다. 어느 절집 처마 밑이나 나지막한 여염집 돌담 위로 매화가 고개를 ...
마음을 얻어야 손이 순응하는 법이다기다릴 줄 아는 마음을 위해 봄은 오고바라볼 줄 아는 손을 위해 꽃은 핀다물이 만든 물의 나라 무제치(舞祭峙)에서가장 아름다운 것도 물이니물은 다투지 않고 평등하게 스며들고겸허하여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꽃을 기다려 삼월 봄이 오고봄을 기다려 사월 꽃이 피는그 착한 물들이 빚어내는 빛나는 봄오랜 마음의 친구가 내미는 손처럼그 따뜻한 손 꽉 잡아...
봄을 읽다 초록실 푸는 봄비 재봉틀 돌려댄다볕 묻은 다랑논에 색색 천 덧대가며비비새 꽃수 놓느라 바삐바삐 오간다 김경아 (서울시 구로구) 거미줄 살 곱던 은빛머리 반년도 더 못 빗었나겨울햇살 서성대는 요양병원 맨 끝 침대도르르 말린 나뭇잎만 포로로 잡혀 있다 유영희 (경기도 파주시) 뽑는 말모든 글에는 표현 미학이 작용한다. 짧은 글일수록 그것은 이미지에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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