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이 풀리는 내음새강바람은산짐승의 우는 소릴 불러다 녹지 않은 얼음장 울멍울멍 떠내려간다. 진종일나룻가에 서성거리다행인의 손을 쥐면 따뜻하리라. 고향 가까운 주막에 들러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하랴.양귀비 끓여다 놓고주인집 늙은이는 공연히 눈물 지운다. 간간이 잰나비 우는 산기슭에는아직도 무덤 속에 조상이 잠자고설레는 바람이 가랑잎을 휩쓸어 간다. 예제로 떠도는 장꾼...
비린 밥상아버지 나 어릴 때 아가미 펄럭이며소금의 냄새 좇아 흰 물결 되었다지굽은 등뼈만 환해서 고등어 못 먹는 밤이지은 (경북 안동시) ㅡ 도마성한 곳 하나 없는 엄마의 맨손바닥수없이 칼에 맞서 버텼던 칠십 평생이제야 젖은 몸 말려 주름살이 환하다박덕은 (광주시 북구) 뽑는 말타성에 빠지면 이미 길들여진 감각과 쉽게 타협한다. 신선미와 독창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 한 번의 따뜻한 감촉단 한 번의 묵묵한 이별이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고활짝 활짝 문 열리던 밤의 모닥불 사이로마음과 마음을 헤집고푸르게 범람하던 치자꽃 향기,소백산 한쪽을 들어올린 포옹,혈관 속을 서서히 운행하던 별,그 한 번의 그윽한 기쁨단 한 번의 이윽한 진실이내 일생을 버티게 할지도 모릅니다 고정희(1948~1991) 전남 ...
자벌레 무언가 배우는 건 자신을 재어 보는 것반으로 접었다가 온몸을 펼치고도모자라 다시 또 접는 키만큼의 깨달음 김순철 (경기도 오산시) 바늘 가녀린 몸매무새 귀 하나 열어둔 채허리가 가는 실로 영롱히 수를 놓아눈물도 아린 이별도 아름다이 꿰맨다 이인환 (서울시 강동구) 뽑는 말시 쓰기는 세계와 사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다. 끊임없이 묻고 뒤집어라. 되도록이면...
오늘은오늘에만 서 있지 말고,오늘은내일과 또 오늘 사이를 발 굴러라 건너 뛰듯건너 뛰듯오늘과 또 내일 사이를 뛰어라 새 옷 입고아니, 헌옷이라도 빨아 입고널뛰듯널뛰듯이쪽과 저쪽오늘과 내일의 리듬 사이를발 굴러라 발 굴러라춤 추어라 춤 추어라 김현승(1913~1975) 1930년대 등단해 한국 시단을 빛낸 ‘지성 시인’의 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작가입니다. 맑고 밝고 선명한 ...
노을기차 기차가 달아난 쪽 세상길이 닫힌다연줄처럼 흔들리는 엄마는 철길 밖인가산허리 붉은 노을만 철커덕 철컥 타는데 김점옥 (대구시 북구) 김밥 새까만 가슴 가득 퍼지는 하얀 설렘그 위로 가지런히 오색 빛 드러눕고도르르 말리는 추억 꽉 찬 미소 환하다 서희정 (광주시 서구) 뽑는 말기해년. 황금돼지의 해가 밝았다. ‘샘터시조’에도 이전에 보지 못한 새물이...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부엌에서 밥이 잦고 찌개가 끓는 동안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나는 벌 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어떤 날은 일찍 돌아가는 게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또 어떤 날은 상처를 감추거나눈물자국을 안 보이려고 온몸에어둠을 바르고 돌아가기도 했다그러나 이제는 일찍 돌아가자골목길 감나무에게 수고한다고 아는 체를 하고언제나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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