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병원 신세를 질 일이 많아진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얼마 전 낙상사고를 당해 고관절 수술을 받느라 2주째 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병원 생활이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혼자 집에 있는 남편이 걱정돼 부지런히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살붙이고 수십 년을 살다 보니 미울 때도 있고 답답할 때도 많은 남편. 그러나 요즘 병상에서 미우나 고우나 내 편은 남편뿐...
나의 첫 애마는 외사촌 형에게 물려받은 1995년식 청색 엘란트라 승용차였다. 10여 년간 우리 가족의 발이 되어주던 차가 어느 날 도로 한복판에서 멈춰버렸다. 수리비가 많이 들어 정비소로부터 폐차를 권유받고 그동안 정이 많이 든 자동차를 슬픈 맘으로 보내주었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 새 차를 구입하지 않기로 한 뒤부터 나의 뚜벅이 생활이 시작됐다. 오랫동안 자동차를 타고 다...
어린 시절부터 깡마른 체구였던 나의 소원은 살 한번 쪄보는 것이었다. 남들은 나잇살도 잘만 찐다던데, 나는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살이 더 빠져 고민이 깊었다. 특단의 조치로 체중 증량에 좋다는 고구마를 열심히 챙겨 먹어보기로 결심한 어느 날, 아내가 삶아준 주먹만 한 고구마 한 개를 먹었다. 맛도 좋고 속도 든든했지만 급하게 먹었는지 속이 불편했다. 더부룩함이 쉽게 나아지지...
매달 고정된 월급을 받는 직장인에게 제일 반가운 것 중 하나는 보너스다. 얼마 전에 나라에서 지급된 민생지원금이 마치 보너스 같아서 나는 은근히 반가웠다. 최근에 이직해서 지금은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누나 집에 머물고 있지만 그전까지 강원도 춘천의 본가에서 지냈던 터라 내가 받은 지원금은 춘천에서만 사용 가능했다. 금요일이었던 그날, 퇴근 후 차를 몰고 본가로 향하는 기분은...
‘샘터 도착했어요!’ 요즘 나의 큰 즐거움은 한 달에 한 번 서점에 가는 일이다. 단골 서점에서 문자가 오면 난 지체하지 않고 방문해 《샘터》 두 권을 사서 나온다. 한 권은 퇴직한 직장의 친한 후배에게 택배로 부치고, 나머지 한 권은 손에 쥐고 단골 찻집으로 향한다. 전국에서 제일 오래됐다는 다방, ‘삼양다방’이다. 세월의 때가 켜켜이 내려앉은 그곳에서 시간의 무게만큼 향...
어느덧 쉰을 훌쩍 넘긴 나는 남성호르몬이 감소하는 나이라서 그런지 작은 일에도 쉽게 뭉클해진다. 처가댁에서 본 앨범 한 권에도 마음이 짠해져서 식구들을 위한 결심 하나를 하게 되었다. 아내는 그동안 내가 그 앨범을 보려고 할 때마다 앞을 막아서곤 했다. “어릴 때 찍었던 사진들이야. 시골 생활이라 촌스러워. 보지 마.” 과거 그때 그 시절은 누구나 촌스러운 모습일 텐데 한...
치사랑보다 내리사랑이라고 했던가. 나의 시어머니는 자식들에게 무엇이든 아낌없이 내어주시는 분이었다. 한번은 가을걷이를 끝낸 농작물을 바리바리 싸 들고 오신 어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자손들이 해준 패물은 세상 떠날 때 모두 돌려줄 거다.” 마지막 순간까지 자식들 생각뿐이던 어머님을 보며 울컥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어머님은 먼 곳으로 떠나셨다. 어머님이...
“바로 치료를 시작하셔야 해요.” 사람은 왜 항상 일이 잘못된 후에야 후회하는 것일까. 몇 달 전, 의사의 청천벽력 같은 말에 ‘몸의 신호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일걸’ 하는 후회가 몰려왔다. 건강검진 결과지에 적힌 ‘당화혈색소 12.5%’란 글자가 참으로 야속했다. 당뇨병 진단이나 다름없는 결과를 보고 나서야 지난 반년을 찬찬히 돌아봤다. 사실 그동안 몸의 변화가 심상치 않았...
나는 빵순이다. 빵이라면 다 맛있지만 특히 식사빵을 좋아한다. 식사빵이란 밥 대신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빵 종류를 가리키는데 포슬포슬한 치아바타, 겉은 딱딱해도 속은 부드러운 바게트, 견과류나 무화과를 넣은 고소한 깜빠뉴가 대표적이다. 나는 빵집 아르바이트를 오래 했다. 대체로 많은 빵집이 빵만 팔지 않듯 내가 일했던 가게도 커피를 함께 팔았다. 그래서 빵을 썰어 포장하거...
50년 전 고교 시절을 떠올리면 또렷이 기억나는 한 사람이 있다. 항상 웃는 얼굴로 제자들을 대하던 생물 선생님이다. 100점 맞은 학생에게 빵을 사주겠다고 약속하셨던 시험에서 내가 만점을 받아 선생님이 사주신 빵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은 아직도 나를 미소 짓게 한다. 선생님은 졸업한 제자들과도 꾸준히 연락을 이어오며 지내셨지만 난 사는 게 바쁘단 핑계로 20년을 그냥 흘려보...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