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전통을 현명하게 이어갈 수 있을까. 과거에 얽매이지도, 현재에 휘둘리지도 않으면서 중용을 지키는 것은 삶 전체에서 늘 쉽지가 않다. ‘집’이라고 하면 단지 사람이 사는 물리적인 공간만이 아니라 어떤 민족이나 문화적인 공동체가 살아온 역사의 한 부분을 뜻한다. 그 속성에는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연속성이 포함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흔히 부르는 한옥...
거대한 자연을 제한된 공간 속으로 들여오는 일은 무척 난해하다. 그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이루고야 말기에 건축은 보는 이의 감탄을 끌어낸다. 북한산의 숨결을 야외 풀장을 거쳐 안방까지 안착시킨 평창동의 집은 그래서 아름답다. 몇 년 전부터 부동산으로서의 경제적 가치보다는 안식처로서의 집, 그 본연의 가치를 생각하며 주택 설계를 맡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게다가 코로나 시국...
까르르, 까르르. 아이들이 해맑게 웃는 소리는 어느 공간에나 숨을 불어넣는다. 그래서일까. 놀이공간이 참호처럼 구석구석 자리한 집은 언제나 명랑한 기운이 생동한다. 아파트를 벗어나 자신만의 집을 짓는 사람들은 각자 이루고픈 강렬한 꿈을 갖고 있다. 목공 작업을 할 수 있는 목공실은 소음이 크고 먼지가 많이 나고 큰 목재들을 보관해야 하니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하다. 음악감상...
여행이라 하면 보통 집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는 것을 상상한다. 하지만 ‘상안 주택’에서는 집안을 거니는 일이 곧 여행이 된다. 발걸음을 뗄 때마다 눈에 보이는 풍경이 변하고, 공간마다 각기 다른 경험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웃음 많은 부부에겐 집이 최고의 여행지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꿈이 현실로 만들어지는 것이고, 새로운 식구를 만드는 것이다. 그 식구는 나와 평생을 함...
바다를 가리지 않으며 바닷바람에 견딜만한 집이어야 할 것. 쉽지 않은 과제를 해결하고 나자 어머니의 안온한 품처럼 제주의 자연과 사람을 모두 품어 안은 안식처가 완성되었다. 바다색이 아주 아름다운 김녕 바닷가에 제주도의 풍광을 그대로 담은 집을 하나 지었다. 집의 이름은 ‘까사 가이아’로 ‘가이아(Gaia)’는 그리스 신화 속 대지의 여신이다. 또한 ‘만물의 어머니’이자 ...
‘들꽃처럼 피어나는 집’은 서울 성북동의 오래된 골목 안에 있는 작은 집이다. 마당에서 사람들과 집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아담한 정원은 어느새 점점 넓어진다. 의미를 부여하면 공간은 확장된다. 20여 년 전, 시골 국도를 지나다 길가에 동네 사람들이 편안하게 지어놓은 어느 집 한 채를 보며 길가에 피어난 건강한 들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나중에 집을 지...
강원도 속초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 도문동. 부부가 집짓길 원했던 그 땅에서 외면하기 힘든 세월의 흔적을 발견했다. 그리하여 100년 된 집에 새 숨결을 불어넣게 되었다. 우리는 부부 건축가이다. 집을 짓는 일도 대부분 부부가 함께 찾아와 어떤 땅에 자신들이 꾸고 있는 꿈을 펼쳐달라고 의뢰하면서 시작되는데, 우리 부부와 세상 사는 이야기나 새 집에서 펼쳐질 새로운 생활에 대한...
[서울 평창동 박종화 고택] 1920~30년대 활발히 활동했던 젊은 시인과 소설가들 중에는 역사소설이라는 거대한 숲으로 들어간 작가들이 많다. 현실의 나아갈 방향을 찾을 때 역사와 고전을 들추게 되듯이,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시절에는 더더욱 민족의 이야기에서 해답을 찾아 헤매지 않았을까? 경성 청년 구보로 각인된 모던보이 박태원이 대표적이다. 조선의 고현학자(考現學者, 고고학...
[서울 이화동 국민주택] 집은 과밀화된 도시에서 발생하는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이며 해결이 어려운 문제 중 하나다. 우리가 살고 있고, 주변에 보이는 모든 집들은 시대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모색한 결과물들이다. 집이 행복을 보장할 순 없지만 이 정도의 기반에서 시작해서 앞으로 나아가리라는 약간의 희망은 갖게 한다. 집이 문제를 넘어 재건과 부흥의 신호였던 시절이 있었다. 한국전...
[아미동·감천동 문화마을] 삶을 결정하는 건 우연일까, 아니면 의지일까? 어떤 사람들은 제비뽑기로 인생이 결정되었다. 1954년, 부산역 앞에 모여 있던 전재민(戰災民: 전쟁으로 재난을 입은 사람)들의 손에 공무원이 들려준 쪽지에는 ‘아미동’이라 적혀 있었다. 어떤 사람은 완전히 다른 동네 이름을 받아들었을 것이다. ‘아미동’이라는 세 글자를 본 사람들은 다행이었다. 항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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