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자재 폐기물 소각장 수혜병원의 간호사들. 다음 해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는 11월이 다가왔다. 오랫동안 코이카의 일원으로 개발협력 분야에 몸담고 있는 내게 11월은 다른 의미로 마음을 다잡게 하는 달이다. 11월 25일은 수원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선진 공여국 클럽인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한 날을 기념하여 제정한 ‘개발협력의 날’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좋아하는 영화 〈함께 할 수 있다면〉에서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다. 한 여자가 자신과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 한 남자와 우연히 마주친다. 하루는 여자가 자신의 검소한 다락으로 남자를 초대한다. 둘은 여느 첫 만남처럼 각자의 직업을 공유한다. 여자는 사무직, 남자는 박물관에서 일하는 이로 서로를 소개한다. 마음이 통한 그들은 각별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진짜 대화는 작별 인...
“충분히 다 갖췄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스스로 열고 세상을 맞이한다. 나는 시도 꿈도 그런 아람이라고 믿는다.” 가을 숲을 걷는 걸 참 좋아한다. 색채가 완전히 바뀌기 때문이다. 시월이면 온 세상이 색을 바꾸고 십일월이면 찬란하게 흔들린다. 그러고 보면 시월이란 말도 참 좋다. 수월하게 들리는 시월이라는 말. 술술 지나가는 가을이다. 서늘해지는 십일월이 되면 가벼운 코트...
십년지기이자 독실한 비건인 정일품은 이 에세이 〈쾌락비건〉에 불만이 많다. 비건은 알겠는데 쾌락은 대체 어디 있냐는 거다. 단 한 편만이라도 쾌락이 넘치는 채식 이야기를 보고 싶다며 소재를 제공하겠다고 자신의 단골 식당으로 나를 불러냈다. 나는 신이 나서 냉큼 달려갔다. 알려준 장소에 도착했는데 어럽쇼, 건물에 문이 없다. 사면이 그냥 벽이다. 출입구를 찾으려고 이리 뛰고 ...
이현실 님의 초대장장소 경기도 안양의 베란다가 푸른 아파트 @gonggan_simda수취인 식물에 둘러싸여 브런치를 즐기고 싶은 이웃특징 먹고 싶은 간식을 가져와 나눠 먹는 포트럭 모임 진정한 우정을 뜻하는 사자성어 중에 저는 ‘지란지교(芝蘭之交)’란 말을 좋아합니다. 선한 사람과 벗하면 난초가 방 안에 있는 것처럼 향기에 동화된다는 의미를 지녔지요. 여러분에게는 지란지교 ...
1974년 2월호 (전략) 그러던 어느 날 모시고 있던 회장님이 임기가 끝나 퇴임하게 되었다. 마지막 날이 되자 그분은 회사일의 정리를 모두 끝냈고 개인적인 것까지 말끔히 정리를 마쳤다. 이제는 그냥 사무실을 나가기만 하면 되는데도 그분은 앉아서 퇴근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이윽고 시간이 되자 내게로 다가오시더니, “그동안 수고가 많았네. 내 마지막으로 자넬 집에까지 바...
이근후 작가와 힐러리 경이 함께 찍은 사진. 1953년 5월 29일, 뉴질랜드 출신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1919~2008)는 서른셋의 나이에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 이 소식은 세계 각국 언론에 대서특필로 보도될 만큼 중대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국내 신문에는 ‘에베레스트에 올랐다’라는 짤막한 외신 기사로 소개된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는 당시 ...
〈다음 소희〉의 오유진 형사님께 오유진 형사님, 언젠가 한 번은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동안은 제 안의 어떤 머뭇거림 때문에 순서를 미뤄왔는데, 오늘만큼은 용기 내어 편지를 씁니다. 처음엔 소희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소희에게’ 라고 첫 줄을 적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어떤 말도 적을 수가 없더라고요.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 입가를 맴돌 뿐...
이해인 수녀가 오리여인에게 1.‘하나 둘 떨어지는 나뭇잎이 너무 바빠 하늘을 올려보지 못한 사람에게도 가을을 알려줘요.’ 《하루를 물들이는 수채화 일력: 오리여인의 365일 만년 달력》에 실린 이 글을 읽은 아침, 우리 집 은행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가 노랗게 빨갛게 물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어느새 늦가을의 정취를 절감하게 되는군요. 한동안 아파서 고생했다더니 지금은 괜찮아...
우리가 자주 쓰는 말들을 한 글자씩 들여다보면 뜻밖의 철학이나 새로운 시선을 발견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소풍(逍風)’은 ‘거닐 소’, ‘바람 풍’의 조합이다. 말 그대로 바람을 쐬며 거니는 모든 경험이 소풍이라는 뜻이다. 꼭 큰맘 먹고 날을 정해 정성껏 도시락을 싸서 멀리 떠나야만 하는 게 아니라 점심시간에 잠깐 동료들과 걷기만 해도, 저녁에 가족과 가볍게 산책하러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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