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로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한번 잠이 들면 좀처럼 깨지 않는데 무언가 불편한 감각에 정신이 들었다. 눈은 떠지지 않는데 귀만 열렸다. 고막으로 흘러드는 소리는 여자의 흐느낌이었다. 이 야밤에 고요한 촌동네에서 들을 수 없는 소리였다. 전등을 켜자 형광등이 내 눈꺼풀처럼 껌뻑대며 졸음을 털어냈다. 벽시계를 보니 자정이 넘어있었다. 내려오는 ...
내가 11년 동안 애정을 쏟아온 일이 있다. 바로 ‘학생 상담 자원봉사’다. 두 아이를 모두 대학에 보내고 처음으로 맞이한 여유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내 시간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에 쓴다면 얼마나 보람 있을까?’ 그때 우연히 학생 상담 자원봉사 활동에 대해 알게 되었고, 교육청에 지원서를 제출하면서 청소년 상담사로 첫발을 뗐다. 당시 고등학교 졸...
살면서 마음 기댈 만한 것을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기꺼이 책을 선택할 것이다. 많이도 필요치 않다. 몇몇 작가와 장르를 편독하는 편이어서 두 손이 그리 무겁지 않을 테다. 좀 더 자비가 허락된다면 나와 성향이 비슷한 사람을 한 명쯤 곁에 두고 싶다. 수많은 문장 속에 파묻혔던 보석 같은 구절들에 함께 웃고 울 때 독서의 기쁨이 훨씬 커지기에. 몇 개월 전 잠시 방문한...
나는 오래전부터 ‘일’이라는 것을 단순히 생계를 위한 수단 이상의 의미로 여겨왔다. 정신과 의사로서 수많은 사람의 고통을 듣고 함께 걸어온 시간이 쌓이면서 일은 직업을 넘어 내 삶의 일부가 되었고 내 안의 고독과 불안을 다스리는 치유의 방법이기도 했다. 타인이 찾아와 내 앞에 앉아주는 그 순간, 나는 살아있다는 감각을 얻었고 동시에 내 일의 소명을 확인하곤 했다. 그렇기에 ...
몽골사무소에서 봉사단 업무를 함께 담당한 앙하 언니와 함께. 라오스에서의 생활도 어느덧 1년이 지나가고 있다. 코이카 라오스사무소의 부소장으로 부임해 보건, 연수, 불발탄 사업 등을 담당하며 그간 바쁘게 지냈다. 그중에서도 불발탄 사업은 라오스에서만 시행되는 특수한 과제 중 하나다. 베트남 전쟁으로 약 200만 톤의 폭탄이 투하된 라오스에는 아직까지 많은 폭탄들이 남아 있...
‘이게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노래라고?’ 〈After Hours〉를 처음 들었던 날, 나는 핸드폰을 꺼내 가수 이름을 확인해야 했다.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기대했던 것은 리드 보컬인 ‘루 리드’ 특유의 허무하고도 달콤한 정서였는데 그와는 정반대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토록 순진하고 앳된 목소리라니. 1969년에 발매되었다고는 믿기 힘든 세련된 분위기...
〈이사〉의 렌에게 렌, 하늘이 높아지는 계절이 왔어. 아침저녁으로 바람의 온도가 미세하게 달라진 것을 느껴. 이맘때가 되면 꼭 ‘구름 극장’의 관객이 된 것 같아. 사진첩이 온통 구름 사진으로 뒤덮이고 있다는 게 그 증거지. 너의 계절은 어떠니? 언젠가 이 지면을 빌어 아이가 주인공인 영화에 각별한 애정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던 것 같아. 너 또한 그랬어. 포스터 속 발랄...
‘난 저기 숲이 돼볼래, 넌 자그맣기만 한 언덕 위를 오르며 날 바라볼래.’ 요즘 싱어송라이터 최유리의 노래 〈숲〉에 빠져있다. 가녀린 듯 그윽한 음색에 실린 시 같은 가사가 참 좋다. 멋진 노래에 푹 빠지는 건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적막한 도서관 열람실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건 문제다. “아, 숲이 아닌 바다이던가. 옆엔 높은 나무가 있길래.” 매력적인 가사의 감...
“저를 이 자리에 초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팔 그림 1,000점을 모으게 되면 한국에서 전시회를 열어 오늘의 환대에 보답하겠습니다.” 언젠가 네팔 화가들에게 점심 대접을 받던 자리에서 내가 즉흥적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그리고 그 약속은 현실이 되었다. 내가 네팔 그림에 처음 관심을 가졌던 건 네팔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였다. 좌석 앞에는 작은 잡지 한 권이 놓여 있었는데,...
박진솔(40) 님의 초대장장소 서울 5호선 미사역 역세권 아파트 @jinsol_house수취인 커피 한잔의 여유가 필요한 육아맘주의할 점 아이가 울어 대화가 수시로 끊길 수 있음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 하남에 사는 지율이 엄마, 박진솔입니다. 얼마 전에 돌잔치를 끝낸 초보 엄마예요. 육아 선배님들, 아기 키우기가 원래 이렇게 힘든가요?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면서 이제야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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