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후원 지난봄, 창덕궁 후원을 구경하러 갔을 때 안내자는 이런 말을 했다. 봄꽃을 보러 왔다면 잘못 찾아왔다고. 유럽 궁전에 딸린 정원과 달리, 후원에는 꽃나무를 아름답게 조성한 공간은 없다고 말이다. ‘왕의 정원’이라 불리는 창덕궁 후원은 오랜 세월을 살아온 나무들이 어우러진 울창한 숲일 뿐, 관람 동선을 따라 진달래, 산수유 같은 우리 꽃나무를 식재한 것은 최근의...
산안개 바라보며 눈뜨고 밤하늘의 별빛을 받으며 잠드는 자연에서의 고요한 하루. 강원도 산골 마을 조동리에서 누리는 자연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해가 뜨고 동이 트는 것만이 아니라, 가능하다면 자연 그 자체를 고대할 것! … 해가 뜰 때 내가 그곳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가장 중요한 일을 했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말라.-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중 ...
운현궁1933년 봄, 조선일보에 김동인의 새 소설 《운현궁의 봄》이 연재되기 시작했을 때, 소설의 주인공인 흥선대원군 이하응은 지나간 시대의 인물이었다. 이때 운현궁(雲峴宮)의 주인은 이하응의 증손인 이우 공이었고, 한창 젊고 아름다운 그는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열한 살의 어린 나이에 강제로 일본으로 떠난 뒤 안주인들이 지키던 운현궁은 이우 공이 돌아와 머무...
경상남도 통영은 400여 년의 역사를 품은 문화도시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과 음악가들을 길러낸 예술의 맥이 유유히 흐르는 한옥 한 채가 다행히 아직 남아있다. 이순신 장군의 위패를 모신 충절사의 서쪽 부근, 명정골 깊숙한 곳에 위치한 ‘잊음’은 구한말 통영 4대 부자로 불리던 양반집이었다. 현재 통영 사람들에겐 ‘하동집’ 혹은 ‘박부자댁’으로 통하는 이곳에...
경북 영천의 깊은 산골짜기엔 여름이면 앙증맞은 과일이 알알이 맺힌다. ‘소일뜨락’의 주인 손호익(65) 씨가 키운 농작물들은 하나같이 어쩜 그리 신선한지 숙박객들은 과일만큼 달콤한 휴식을 맛본다. 높고 짙푸른 봉우리가 파도를 이루는 풍경을 등에 두르고 산을 올랐다. 소일마을 경로당 앞에 도착하자 마중 나온 ‘소일뜨락’의 주인 손호익(65) 씨가 보였다. 반갑게 ...
경복궁추위가 아직 가시지 않은 지난 3월, 광화문 앞 문화재 발굴 현장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경복궁 중건 시기에 조성된 넓은 기단 형식의 대(臺)인 월대(月臺)를 복원하는 현장이었는데, 조사 과정에서 1917년에 개설돼 1960년대까지 사용된 전차로를 확인한 것이다. 세종로 도로가 생기면서 묻혔던 전차로 아래엔 일제강점기에 매설된 콘크리트 배수로와 함께 ...
ⓒ 손묵광 [밀양 표충사 삼층석탑] 사명대사 이름을 딴 절이면 되었지석탑 하나 선 자리가 뭐 그리 중할까이 몸은요사체 지키는문지기면 족하다네 영남알프스 산군 중 하나인 재약산(1119m)에 오른다. 산세가 부드럽지만 한여름 뙤약볕이 산객의 진땀을 빼낸다. 산에서 내려온 이들은 어김없이 천년고찰 표충사에 들러 목을 축인다. 1200년 전 몹쓸 병에 걸린 신라 흥덕왕 셋째 ...
창덕궁 희정당 운이 좋았다. 요즘 궁궐에 무슨 일이 있나 검색해 보다가 희정당 행사 소식을 들었다. 닫힌 왕의 공간을 직접 들어가서 경험해보는 ‘희정당 깊이 보기’ 프로그램이었다. 소식 빠른 사람들로 인해 이미 전 회차 매진이었지만, 혹시나 하여 빈자리를 찾아보았다. 마침 딱 한 자리가 남아있었으니, 어떤 사정으로 취소했을 그 누군가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과거의 아픔을 보듬고 새로운 시간으로 나아가는 도시, 목포. 가난의 슬픔이 깃들었던 자리에 하나둘 예쁜 보금자리들이 들어서는 항구를 두고 ‘목포의 눈물’ 대신 이젠 ‘목포의 낭만’을 떠올리게 된다. 먹구름을 이고 유달산(儒達山) 중턱의 유선각에 올라서자 그제야 목포가 항구 도시임이 실감 났다. 보슬비에 실려 풍겨오는 바다 내음과 다닥다닥 붙은 옛집들, 망망한 남해...
풀 내음 짙게 풍기는 섬진강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음의 생기를 되찾게 된다.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경남 하동에서 산소처럼 맑은 기운을 몸속 가득 담아왔다. 공휴일 이른 아침, 시원한 물소리와 산뜻한 아침 공기에 잠을 깼을 때, 비로소 경남 하동에 도착했음을 실감했다. 자연이 건네는 싱그러운 아침 인사를 받으며 서둘러 여행길에 나섰다. 공복의 가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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