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생이었던 1997년도 서울은 한강을 사이에 두고 남쪽과 북쪽의 옷 입는 취향이 명확하게 달랐다. 남쪽의 아이들은 제 발보다 큰 운동화에 통 큰 바지와 상의를 걸쳤으며 헤어스타일은 요즘에도 인기인 ‘투블럭’을 선호했다. 이 스타일을 우리 동네에서는 ‘힙합’이라고 불렀다. 내가 살던 북쪽에서는 숨쉬기 힘들 정도로 몸에 딱 맞는 옷을 즐겨 입었다. 신발은...
집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양말 벗기다. 발이 답답한 것은 딱 질색이어서 여름엔 양말을 신지 않아도 되는 슬리퍼나 샌들을 자주 신는다. 발에 무언가를 덧대는 것을 힘들어하는 내게 얼마 전 집에서 신는 슬리퍼가 생겼다. ‘쉐누아파리’의 패브릭 룸슈즈! 다채로운 패브릭으로 제품을 만드는 쉐누아파리는 내가 잠옷과 침구류를 자주 구매하는 브랜드이다. ...
빨간 머리에 짤막한 몸을 가진 물건. 이렇게 설명하면 다들 무얼 떠올릴까. 나라면 바로 성냥이라고 답하겠다. 어렸을 때는 할머니 집에 있는 팔각형 모양의 큰 성냥갑을 좋아했다. 마당 한 구석에 앉아서 성냥갑을 흔들면 잘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좋아서 한참을 그렇게 흔들어댔다. 해가 져 사위가 어두워지면 신문지나 전단지를 모아놓고 나만의 작은 ...
몇 년 전, 친한 지인으로부터 모빌을 선물받았다. 모빌은 인테리어 소품 정도로만 여겼었는데, 바람에 댕그랑댕그랑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온몸이 나른해지면서 마음이 느슨해지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모빌의 시간은 세상의 시간보다 더 느리게 흐르는 듯했다. 그래서 난 지금도 종종 멈춤의 순간이 필요할 때마다 선물 받은 모빌을 바라본다. 모빌은 내게 공간을 빛내주...
부모님의 취미를 대물림받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하던데, 아쉽게도 나에겐 그런 행운이 없었다. 그럼에도 나만의 그럴싸한 취미를 갖고 싶었던 나는 직접 취미를 찾아 나섰다. 그러다 발견한 취미가 우표수집이다. 나는 내 취향이 가득 담긴 우표첩을 한 권 한 권씩 채워나갔다. 우표가 바코드 스티커로 대체되는 세상이지만,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우표는 그림이 그...
직업이 방송기자인 나는 집에 텔레비전이 없다. 여러 방송사의 뉴스를 열심히 보고, 직접 만든 뉴스를 ‘본방 사수’해야 할 사람이 TV를 보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될까? 단독보도나 특종이 아니라면 그날의 뉴스는 낮 동안 이미 충분히 시청자들에게 노출된다. 여러 대의 TV가 하루 종일 사무실에 켜져 있기에 퇴근시간이 될 때쯤에는 화면만 봐도 진저리가 난다. 인터넷...
얼마 전, 따스한 봄기운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경기도 가평으로 짧은 여행을 떠났다. 평소 어느 곳으로든 여행을 떠나기 전에 꼭 챙기는 물건이 바로 책이다. 지하철이나 기차, 비행기 등 대중교통은 물론이고 여행지에서 책 읽는 시간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가평 여행 역시 책과 동행했다.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이번 여행에서 내 책들의 안식처를 발견하게 될 줄은 ...
출처: 에디션 덴마크 홈페이지(editiondenmark.com)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갔다가 뜻밖의 진단을 받았다. 카페인을 먹으면 안 된다는 처방이었다. 술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지 않는데 커피까지 먹을 수 없다니 왠지 억울했다. 매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달고 살았던 터라 더 이상 커피를 즐길 수 없게 된 현실이 너무 슬펐다. 커피와 이별...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면 꼭 그 나라에서 생겨난 브랜드의 매장에 들른다. 낯선 타국에서 그 나라만의 특색이 묻어나는 로컬 브랜드를 발견하면 마치 콜럼버스가 신대륙이라도 발견한 듯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 집에만 있을 때는 알 수 없었던 브랜드들이 새로운 길에서 나를 반겨주니 ‘역시 사람은 움직여야 발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바로 마케터의 살아있는 여행이지 싶어서...
나는 빈티지 컵, 종이책, 필름카메라 같은 옛날 물건을 좋아한다. 오래된 물건을 갖게 되면 내 주머니 속에 동경하는 시대의 한 조각을 간직한 느낌이 든다. 특히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빛바랜 색감의 사진을 편애한다. 자연히 필름카메라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날로그 물건. 갖고 있는 필름카메라만 세 개다. 얼마 전부터 캠코더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깨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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