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박경리 옛집 마음이 허허로울 때면 원주에 가고 싶다. 단구동 박경리 선생의 옛집 마당이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선생의 옛집은 문학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시민에게 열려 있다. 이렇듯 허허로울 때 훌쩍 가볼 수 있으니 지금처럼 모두의 집이 된 것이 참 다행이다. 소설을 읽은 것 말고는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는 데도 소설가의 집을 찾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가 구성진 입...
경복궁 서측 담과 맞닿은 동네는 유난히 볕이 좋고 길이 조용하다. 갤러리와 카페 등이 조용히 이어진 길 끄트머리에 이르면 ‘보안여관’이라는 간판과 만난다. 약간 찌그러진 간판은 딱 봐도 한 세월 흘렀구나 싶다. 적갈색 타일이 촘촘하게 붙어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묵은 흙냄새와 나무 냄새가 풍긴다. 좁은 복도를 따라 양쪽으로 문이 있는 걸 보니 여관이 맞긴 하다. 하기야,...
집에도 운명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기이한 인연이 있는 것일까? 평안북도 정주 출신의 최창학은 금맥을 찾겠다는 생각으로 산천을 헤매다 1920년대 후반 기어이 금광을 터트려 30대에 금광왕, 광산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최창학이 천만장자(지금으로 치면 1조 원 정도)로 이름을 올리게 된 건 식민지 자원에 투자하던 미쓰이 물산에 금광을 넘기면서부터다. 경성으로 진출한 그는 1...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고속열차와 시외버스를 갈아타며 여섯 시간을 달린 후에야 소록도가 바라보이는 녹동항에 이르렀다. 거금대교가 놓여서 배를 타는 수고를 덜었지만 소록도에는 아직도 개방되지 않은 지역이 많다. 한센병 환우들이 사는 마을은 여전히 외지인의 방문을 허용하지 않는다. 소록도 프리패스를 가진 사람과 동행하는 수밖에 없어서 때가 오기를 기다렸다. 소록도에는...
충청 지역 공소 홍성에 사는 현옥 선생님과 공소 여행을 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그녀는 주말을 공소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일에 할애하고 있다. 순례자처럼 흙냄새도 맡고 야생화도 보며 공소까지 걷는다. 사람의 걸음으로 공소와 공소를 연결하는 일은 무척 아름다운 일이다. 이번 여행은 여러 공소를 방문하려다 보니 아쉽게도 자동차를 이용했지만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사람 사는 ...
창덕궁 희정당 대조전에서 오후 5시에 불이 났다. 불은 대조전 서온돌에 연접한 나인들의 갱의실에서 일어나 내전의 전부를 태워버렸다. 불은 오후 8시에 비로소 진화되었다. 이날 밤 두 전하는 잠시 연경당으로 피신하고, 진화 후에 인정전 동행각에 옮겨 가서 임시 침소를 성정각으로 정하였다. 내전에 소장되어 있던 귀중 물품 및 훈기, 훈장, 휘장, 기념장 등이 모두 함께 소실되었...
강화도 솔정리 고씨가옥 여러 해 전, 그림 그리는 친구가 ‘종부’라는 주제로 새 작업을 시작한다고 연락해왔다. 시골 집성촌의 종가들을 찾아 종부를 인터뷰하고 그들을 그리려던 친구는 나에게 함께 다니며 글을 써달라고 했다. 우리는 여러 종부들을 만났다. 화가는 흐릿한 색으로 그림을 그렸고, 나는 지나간 삶의 궤적을 글로 옮겼다. 여인이 있는 곳에 집이 있었다. 종부의 얼굴 ...
성북동 최순우 옛집 한옥의 멋은 눈에 보이지 않는 데 있다. 뒤란으로 가는 좁은 길의 단정함이라던가, 매끈하게 잘 빠지다가도 살짝 흐트러진 부분이라던가, 툇마루에 내리쬐는 반짝반짝 햇살 같은 것이다. 그것은 오래된 시간 같은 것이고 정성스러운 손맛 같은 것이다. 감각으로 경험하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들이다. 그러므로 한옥은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곳, 작고 낮은 방에 오롯...
[영천 임고초등학교] 유서 깊은 학교를 방문할 때면 은근한 자부심이나 자신감이 느껴지곤 한다. 아마도 오래된 건물에서 풍기는 세월의 힘이 아닌가 싶다. 학교의 세월은 학생들의 숨결과 비례한다. 혼란한 청소년기를 통과하려고 안간힘을 썼던 아이들의 숨결이 묻어 있는 그곳에선 나와 닮은 과거를 만나게 된다. 옛날 초등학교를 찾아가본 적이 있다. 내 모교는 1921년에 개교한 오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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