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해가 많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서둘러야 했다. 겨울은 해가 짧다. 어영부영하면 금방 서산으로 해가 진다. 여름철에는 늦은 밤에 텐트를 쳐도 괜찮지만 겨울은 다르다. 추위에 곱은 손으로 텐트를 치고 사이트를 설치하는 일은 아주 고역이다. 그래서 해가 넉넉할 때 텐트를 쳐놓고 텐트 속에서 따끈한 밤을 맞는 게 겨울캠핑의 정석이다. 그 겨울날에도 역...
영국은 정말 홍차의 나라일까? 영국 사람들에게 애프터눈 티타임의 전통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오로지 홍차를 마시러 런던에 간 적이 있다. 크리스마스를 한 달 정도 앞둔 계절이었는데, 거리는 이미 본격적인 겨울 채비에 나섰고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서울이라면 늦가을의 단풍 정취를 한창 만끽할 때였으나 런던은 무거운 회색 하늘에서 차가운 비가 추적추적 뿌려댔다. 춥고 습한...
캠핑을 가는 이유를 물으면 요리를 꼽는 이들이 많다. 특히 한국인의 바비큐 사랑은 유별나서 캠핑을 간다는 것은 무언가를 굽는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꼭 삼겹살을 굽거나 바비큐를 하지 않더라도 캠핑장에서는 삼시 세끼 요리를 해 먹는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있다. 집에서는 꼼짝도 안 하는 아빠들이 캠핑장만 오면 태도가 돌변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하겠다...
프랑스 리옹에서 2년 반에 걸친 학업을 마치고 서울행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나에게는 100일의 시간이 있었다. 짐을 모두 처분한 나는 가방 두어 개만 들고서 파리로 갔다. ‘백일의 파리’라니 얼마나 완벽한가! 매일 한 곳만 다녀도 100가지 파리를 경험할 수 있었다. 책이라도 만들어보자며 블로그에 차곡차곡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그랬더니 파리와 나 사이에 특별한 ...
로마를 다시 가고자 한다면 그 이유는 단 하나, 티볼리를 가기 위해서다. 로마에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티볼리는 로마라는 대도시와 멀지 않으면서도 번잡함에서 벗어나 있는 돌과 나무의 도시였다. 올리브나무와 사이프러스 같은 지중해 특유의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돌가루 먼지가 발아래에서 바스락거리는 곳. 하나를 더한다면 물이다. 30km나 떨어져 있는 산에서 이어진 수로가 그 ...
어느새 가을이다. 무덥고 습한 여름에 지쳐 더는 시원함을 기대하지 않을 때 계절은 바퀴를 굴려 가을로 우리 곁에 온다. 그러나 그 가을은 설악산 상상봉을 붉게 수놓는 단풍처럼 화려하게 오지 않는다. 불타는 단풍이란 표현은 그저 풍문으로만 떠돌 뿐 우리가 사는 곳까지 단풍이 물들려면 달포는 더 기다려야 한다. 그렇다고 가을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가...
우리에게 캠핑이란, 여행을 떠남을 뜻한다. 사전적 의미도 ‘산이나 들, 강, 바다 등 자연 속에서 텐트를 짓고 하는 야외활동’이다. 즉, 캠핑은 도시를 벗어나 자연이 좋은 곳을 찾아가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국토는 좁은데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적인 조건을 갖춘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야만 캠핑을 할 수 있다고 생각...
식물에 대한 관심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정원을 꾸미려는 바람을 품은 사람들, 그래서 정원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여행을 떠나겠다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정원여행하면 영국을 첫 손에 꼽는다. 18세기 영국정원을 대표하는 스투어헤드 혹은 영국 식물학의 중심이기도 한 큐 가든 등이 첫 목적지로 떠오를 것이다. 우리 고유의 문화에 관심이 높은 사람이라면 분명 시서...
대만의 감수성이 의외로 우리와 통한다는 걸 알게 된 건 청핀서점에 꽂힌 책들을 보면서였다. 청핀서점은 우리로 치면 교보문고 같은 곳이다. 대만을 대표하는 서점이며, 지역마다 색다르게 구성되기도 하고 대만의 유행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그런 서점이다. 거기에 펼쳐진 책들, 그 책들이 지향하는 취향이나 정서가 우리와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타이베이를 구경할 때도 우리...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을 품고 산다. 사는 일에 지쳐 허덕이거나 누군가에게 상처받아 마음에 구멍이 뚫렸을 때 가고 싶은 곳이 하나쯤은 있다. 태어나고 자란 고향일 수도 있고, 언젠가 떠났던 여행에서 행복한 기억을 안겨준 곳일 수도 있다. 스치는 바람조차 따뜻한 위로의 손길로 여겨지는 그곳에 가면 마음속에 단단히 맺혀 있던 감정의 골이 누그러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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