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망했던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 공간을 준비하느라 바쁘게 몇 달의 시간을 보냈다. 정신없는 와중에 잠시 멈춰서 나의 일들을 돌아보았다. 티 큐레이터, 차 선생, 작가 등 다양한 역할의 일을 하면서 난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차를 보여주는 작업을 많이 해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나만의 공간이 생기면 나의 시선이 담긴 작업들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거란 기대에 ...
1999년 코미디언 출신의 영화감독 심형래가 제작한 용가리 시사회가 팬들의 관심을 모을 때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앞다퉈 시사회 참가 신청을 했고 그들 중에는 오래 전부터 코미디언 심형래의 열혈팬이던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솔직히 영화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여전히 기억에 남는 것은 그날 시사회 주최 측에서 내놓았던 햄버거다. 나의 ‘인생 햄버거’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맛있...
어린 시절 내가 가장 좋아하던 음식은 돈가스(豚kasu)였다. 1990년대 초반, 우리 동네 피자집에서는 피자 외에도 돈가스를 같이 팔았는데, 놀랍게도 당시에 이미 배달 서비스까지 해주어 일찌감치 돈가스에 맛을 들였던 기억이 있다. 피자집에서 왜 피자가 아닌 돈가스를 팔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아마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입맛에는 피자가 다소 생소해 돈가스라는 사이...
가끔 커피를 마실 때마다 마들렌보다는 조금 화려하고, 케이크보다는 가벼운 디저트가 생각난다. 이왕이면 차갑고 촉촉한 크림이 들어있으면 금상첨화! 에클레어라면 이런 바람은 한방에 이뤄진다. 두툼하고 길쭉한 모양의 빵 위에 초콜릿, 바닐라 등의 아이싱을 덧바른 듯한 에클레어는 프랑스어로 섬광, 번개를 의미한다. 일반적인 디저트의 동그랗고 네모난 형태가 아니라 오히려 모양이 ...
다시 돌아왔다, 봄이! 계절이 바뀌면 그에 따라 나의 일상도 바뀐다. 봄바람과 햇살을 맞기 위해 창문을 열어두는 시간이 길어졌다. 계절마다 나를 깨우는 시간을 가지는데, 봄에는 이른 아침에 일어나 봄 햇살을 받으며 차를 마신다. 차를 마시며 햇살을 맞으며 잠시 멍하게 있는다. 생각을 비우기에도, 생각을 다시 채우기에도 오전 시간이 참 좋다. 별다를 게 없는 날일 수 있지만,...
몇 년 전 한 예능 방송에서 ‘밀푀유 나베’라는 요리가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커다란 냄비에 야채와 고기를 교차해 놓은 뒤 맑은 육수를 부어 만드는 따뜻한 전골이었는데, 신선한 재료들을 손질해 올리기만 하면 되니 만들기도 쉬웠다. 반복적인 레이아웃이 주는 미적 효과가 시선을 사로잡았고 술안주로도,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는 메뉴였다. 그렇다면 디저트 버전의 오리지널 밀푀유는...
대학을 졸업하던 2000년대 중반, 친구들과 함께 이태원으로 놀러간 적이 있다.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고 배우는 걸 좋아하는 내게 난생 처음 찾아가본 이태원은 말로만 듣던 외국 문화의 신천지였다. 평소에 집 근처에서는 보기 힘들던 세계 각국의 음식점들이 거리에 즐비한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다. 그날 우리는 한 친구의 제안으로 터키인이 운영하는 식당에 들어가 케밥(keb...
3월이 되면 새로운 일들이 생길 거 같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차를 시작했던 첫 마음의 설렘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영화가 있다. 영화 일일시호일이다. 2019년 개봉했을 때 영화관에서 보고 나서 책도 구매해서 읽을 만큼 좋아하는 영화다. 주인공 노리코와 다케다 선생님이 ‘차’를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에 차를 생각하는 마음이 잘 담겨 있다. 나도 노리코처럼 대학생 때 차를 처음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볼 때 노리코의 시선에서 감상하게 되었다. 다도구를 다루고 차를 우리는 것조차 어설프고 서툴렀던 노리코가 차를...
나의 삶은 차가 중심이었다. 차를 배우면서도 끊이지 않는 궁금증이 일었고, 티 큐레이터로서 차를 직업 삼아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흔히 차를 직업으로 삼고 있다고 하면 찻집 운영이나 판매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건 찻집 오픈이 아니라 나 자신이 브랜드가 되어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차가 일상이 되고, 누군가에게 쉼이 되고, ...
밸런타인데이가 있는 2월, 소중한 사람들에게 초콜릿과 커피가 어우러진 오페라 케이크를 선물하는 것을 추천한다. 한입 베어 물면 커피와 초콜릿의 눈부신 앙상블이 펼쳐져 마치 오페라 극장에 와 있는 기분을 선사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름부터 웅장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디저트 ‘오페라(Opera)’. 사실 성악가들의 화려하고 기교 넘치는 오페라와 파티시에의 인내와 정밀함이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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