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괜찮겠어요?” 휴양림 직원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순간 나도 망설였다. 전국에 호우주의보가 내리고 휴양림 직원이 철수를 권고하는 마당에 캠핑장에 남겠다고 한 것이 잘한 결정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런 나의 불안한 마음에 불을 지피듯 휴양림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계곡물은 급하게 불어났다. 계곡물 흘러가는 소리가 어찌나 큰지 퍼붓는 빗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교토에서 나를 즐겁게 해주었던 것을 하나만 꼽자면 커피하우스였다. 카페보다 커피하우스라는 말이 더없이 어울리는 그런 곳에서 커피를 마셨다. 어떤 도시에 가더라도 매일 혹은 하루에도 여러 번 가도 좋을 카페 한 군데를 만들자는 게 나의 작은 여행습관인데, 교토에선 힘들여 찾을 필요가 없었다. 호텔 바로 근처에 ‘이노다커피’라는, 생긴 지 70년 가까이 된 커피 가게가 ...
서울 크기의 10배, 인구도 2,600만 명이 넘는 상하이.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면서도 건축의 각축장이었고 문화의 용광로였던 상하이는 여전히 자신의 스타일과 이야기를 품은 채로 잔존하고 있다.상하이에서는 길을 잃는 일이 자주 있었다. 길이 복잡해서가 아니라, 도로가 너무 길고 지역의 규모가 너무 커서, 그러니까 그동안 내가 경험해온 도시들과 스케일감이 달라도 너무 ...
멀리서 기적이 울었다. 캐나다를 횡단하는 열차가 울리는 소리였다. 그 소리에 잠에서 깨어 텐트 문을 열었다. 햇살도 닿지 않는 숲에 누군가 있었다. 사슴 한 마리가 가만히 풀을 뜯고 있었다. 나는 침낭 속에 누워 턱을 괸 채 녀석을 바라봤다. 누군가의 시선이 자신에게 꽂혀 있다는 것을 느꼈는지, 녀석도 풀을 뜯다 말고 나와 눈을 맞췄다. 그대로 빨려들 것 같...
고급 호텔이나 세련된 펜션 대신 시골 독채민박에서 방학 같은 휴가를 보내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어릴 때부터 도시생활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시골생활이 또 다른 새로운 경험인 것. 조용했던 시골에 여유롭고 특별한 바캉스를 보내기 위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01. 하늘 아래 첫 은둔지_ 하늘솔황토민박‘가만히 앉아 하늘을 보고 있자니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짙어질...
일본 가루이자와에 다녀온 뒤로 여름 하면 바다보다 숲이 먼저 떠오른다. 깊은 숲의 차갑고 상쾌한 공기가 몸을 감쌀 때 여름의 끝에 와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내가 가루이자와에 갔던 때는 4월이었는데 도시는 한 계절을 뒤로 물린 듯했다. 해발고도 천 미터의 도시, 일본의 지붕이라 불리는 고산지대인 나가노현의 특성상 다른 지역보다 평균기온이 훌쩍 내려간 까닭이었다. 이제...
나의 캠핑은 산에 다니던 대학시절부터 시작됐다. 지금은 조금 낯선 단어인 ‘야영’을 하며 지리산이나 설악산을 넘나들었다. 텐트와 침낭, 스토브 등 여러 캠핑 장비가 든 배낭은 내 머리보다 두 뼘 넘게 위로 올라갈 정도로 컸지만, 그 시절의 나는 젊었기에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았다. 그렇게 산에서, 들에서 야영하던 버릇은 지금도 남아 있다. 모든 시설이 잘 갖춰진 ...
남프랑스 작은 마을 르 뮈(Le Muy)에는 조각가 베르나르 브네의 아틀리에가 있다. 물과 숲이 어우러진 천혜의 장소에서 그의 조각들은 아름답게 돋보였고, 그의 예술은 고스란히 스며들어 마을을 환하게 만들었다. 어떤 예술가는, 그의 작품이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더라도 반드시 특정한 도시를 찾아가야 그 작품의 진가를 알게 된다. 자칭 타칭 예술의 도시라 불리는 곳은 많...
금요일 늦은 오후,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가의 캠핑장에서 바비큐 그릴에 돼지고기 훈제를 올려놓고 안락의자에 앉아 무르익은 봄 햇살을 즐기고 있을 때였다. 젊은 부부가 도착해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힐링 캠핑일기 텐트는 택배 상자에 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차 트렁크에서 꺼내는 여러 장비도 포장을 뜯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었...
캠핑하는 사람에게 ‘장비 부심’은 꽤 중요한 덕목이다. “형은 장비가 엄청 많네요”라는 말이라도 들으면 두 어깨와 함께 기분이 높게 솟고, 매장에 들러 장비를 고르는 쇼핑의 맛은 캠핑으로 얻는 행복 중 최고라 할 수 있다. 사실 캠핑은 텐트, 코펠, 버너, 식기, 의자와 테이블 정도만 있으면 가능하다. 하지만 먹고 자는 문제만큼 캠핑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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