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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부럽지 않은 독일식 카니발, 파싱 2020년 4월호
 
리우 부럽지 않은 독일식 카니발, 파싱

카니발 하면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을 떠올린다. 하지만 독일에도 카니발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월에 열리는 독일의 카니발은 ‘파싱(Fasching)’이라 불린다. 부활절로부터 40일 전에 열리며, 부활절에 맞춰 해마다 날짜가 변한다. 원래 파싱은 사순절 전에 기름진 음식을 실컷 먹는 데서 유래한 행사이다. 사순절이란 예수가 40일 동안 황야에서 금식하던 기간을 기념하는 날로 파싱의 어원은 독일어로 사순절을 ‘파스텐차이트(Fastenzeit)’라고 하던 것에서 유래한다. 독일에서 파싱으로 제일 유명한 도시는 퀼른이다.


파싱이 열리는 독일의 2월은 그야말로 혹독하다. 추위는 끝이 없고, 봄은 언제 올지 기약이 없다. 해를 자주 못 보는 것은 기본이고 어떤 날은 하루에 눈, 비, 해, 구름, 우박이 교대로 출현하는 변덕스러운 날씨의 향연을 감상할 수도 있다. 올 2월에는 북쪽에서 때아닌 폭풍우가 휘몰아쳐 뮌헨의 모든 학교에 1일 휴교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대체 겨울은 언제 끝나나 싶어 절로 한숨이 나올 무렵 파싱이 온다. 학교도 파싱 방학에 들어간다. 올해는 2월 24일부터 1주일 동안이 파싱방학이었다. 화요일인 2월 25일은 ‘파싱 화요일’로 공휴일은 아니지만 오전만 근무하는 회사도 많았다. 이 정도면 전 국민의 축제라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


독일의 축제라면 단연 가을에 열리는 뮌헨 ‘옥토버페스트’를 꼽을 수 있다. 기간도 무려 16일로 대규모 행사장과 600만이라는 방문객 규모, 어마어마한 맥주 소비량만 봐도 단연 으뜸이다. 거기에 비하면 파싱은 소박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평소 무뚝뚝한 독일 사람들도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축제를 제대로 즐긴다.


파싱 때는 거의 모든 도시에서 대규모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동안 아이들은 바구니를 들고 참가자들이 던지는 사탕과 초콜릿, 장난감 등을 줍느라 정신이 없다. 나이 지긋한 분들도 이날만은 빨간 가발이나 향수를 자극하는 복장으로 즐거웠던 옛 시절로 돌아가 흥겹게 몸을 흔든다. 삐에로, 마녀, 마법사, 카우보이, 동물, 무서운 캐릭터 등으로 분장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파싱을 즐긴다.


학교에서도 파싱 방학 직전에 파싱 축제를 연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복장 중 하나는 단연 해적이다. 우리 아이도 독일에 온 지 3년째 해적으로 분장했다. 2년간 입던 해적 옷이 작아져서 올해 새로 장만했다. 클레오파트라나 북유럽풍 눈의 여왕 드레스를 두고 하루 이틀 고민하더니 결국 빨간 두건을 두른 해적으로 돌아왔다. 덕분에 해적 모자, 칼, 망원경, 외꾸눈 안대, 앵무새 등을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되니 좋았다.


아이의 코스튬을 직접 만들어주는 부지런한 독일 엄마도 간혹 있다. 우리 아이의 절친 율리아나는 작년과 올해 자기 엄마가 만들어준 멋진 인디언 옷을 입었다. 하지만 대부분 우리처럼 파싱복장을 사는 집이 많아 2월이 되면 주말마다 쇼핑센터는 파싱 코스튬을 사려는 부모들과 아이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코스튬 준비야말로 카니발의 시작과 끝이다.


파싱이 열리는 곳마다 잘게 자른 색색의 종이 콘페티(Konfetti)와 길고 가는 색종이가 연처럼 날아가는 루프트슐랑에(Luftschlange)가 거리를 뒤덮은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파싱이 끝나면 봄도 멀지 않으니 봄꽃을 미리 보는 기분이다. 유럽 최대의 봄축제라 할 부활절이 기다리는 4월까지 버틸 힘도 파싱에서 얻는다. 파싱이 사랑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오유정(브런치 작가)


2018년부터 뮌헨에서 독일인 남편과 딸과 살고 있습니다. 호텔 등에서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브런치를 통해 독일의 일상을 전합니다. 브런치북으로 <나는 새벽에 호텔로 일하러 간다> <프롬 뮤니히> <디어 뮤니히>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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