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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에 만난 사람
기억 속의 푸릇한 차향 2021년 5월호
 
기억 속의 푸릇한 차향

 

 

글·사진 이슬기(티 큐레이터, @tea_slow)

 

5월은 연둣빛 자연의 설렘이 있다. 풋풋하고 향긋한 녹차를 마시면 설레는 마음은 더해진다. 어릴 적에 가족여행을 자주 다녔는데, 어느 주말 경남 하동으로 차를 만들러 간 적이 있다. 평소 어머니께서 내려 주셨던 차를 직접 만들어 보았던 경험은 어린 나에게 특별한 일이었다. 푸른 녹색빛 차나무들 사이에서 어린 찻잎을 직접 따서 바구니를 채운 후 그 찻잎을 시들리고, 모양을 만들고, 덖는 과정들을 거쳐 녹차를 만들었다. 서툴게 만들어진 녹차지만 그 차의 한 모금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녹차는 4월 초순부터 채엽(採葉)하여 만들기 시작한다. 그 해 첫 차가 나올 때면 어머니는 언제나 정갈하게 티테이블을 꾸며 놓고 동생과 나를 부르셨다. 그리곤 맑고 좋은 기운이 우리와 함께하길 바란다는 말씀과 함께 정성스레 차를 우려 주셨다. 녹차를 마시면 겨우내 웅크렸던 몸이 녹차의 은은하고 청량한 맛으로 인해 맑고 밝은 기운으로 가득 차올랐다. 내 몸과 마음도 푸르러진 듯 했다.
한국 녹차는 채엽하는 시기에 따라서 우전, 세작, 중작, 대작으로 나누어진다. 겨울을 보내고 가장 처음 채엽한 어린 찻잎으로 만든 녹차일수록 맛과 향이 좋아 고급 녹차로 여겨진다. 어린잎으로 만든 녹차는 100℃의 끓는 물을 사용하지 않고, 숙우(식힘 사발)*에다 옮겨서 물의 온도를 낮춰준다. 온도계를 따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숙우 위에 손을 살짝 올려 마음속으로 10초를 세어본다. 손이 뜨겁지 않으면 물의 온도가 80~85℃ 정도 되었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식힌 물을 찻잎이 들어있는 다관*에 넣고 2분여 정도를 기다렸다가 우러난 차를 따라 낸다. 어린잎으로 만든 차에는 카페인이 많아 100℃의 온도에서 차를 우리면 카페인이 다량 용출이 된다. 그러나 물의 온도를 낮추어 우려주면 녹차의 데아닌과 카테킨이 용출되어 심신 안정과 항암, 항산화 작용에 도움을 주고, 카페인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준다. 차에 맞는 물의 온도와 다구를 사용하면 그 맛과 향을 더 깊이 즐길 수 있다.
찻장에서 한국 다관과 숙우를 꺼내고 잔을 챙겨 테이블에 앉았다. 올해 새로 나온 우전을 우리니 어린 녹차의 푸릇한 향이 은은히 퍼져 오른다. 맑게 우려진 녹차 한 모금에 어릴 적 어머니의 마음이 생각난다.

 

 


*숙우 한국의 차를 우리는 다구로, 차를 우리기 전에 물을 식히는 용도로 사용한다.
*다관 차를 우리는 다구

 

 

차가 일상이 되는 팁, 녹차

녹차를 다 우린 엽저(차를 우린 젖은 찻잎)와 지리멸치를 준비한다. 녹차 엽저와 지리멸치를 섞어 튀김반죽을 만들어준다. 이때 반죽은 야채튀김처럼 된반죽으로 한다. 적당량을 덜어 튀기면 녹차멸치튀김이 완성된다.

 

 

 

이슬기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동아시아사상문화학과 예절다도전공 석사 졸업했으며, 중국 노동부 국제 다예사・심평사, 락고재 문화원 한국차 선생님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사관과 기업체, 전시관 등에서 진행하는 행사와 티 클래스 강의뿐만 아니라 차와 그림을 주제로 한 전시기획과 글 쓰는 작업을 통해 쉼이 되고, 일상이 되고, 예술이 되는 차를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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