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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고 고만운 동탄아줌마 2021년 7월호
 
그립고 고만운 동탄아줌마

동틀 녘, 실눈 사이로 하얀 가운자락이 아른거리고 누군가 날 흔들어 깨우는 소리에 의식이 돌아왔다. 야식집 영업을 마치고 새벽에 가게 문을 나선 것까지는 선명한데 그 뒤론 도통 기억이 나질 않았다. 내가 눈을 뜬 곳은 대학병원 응급실, 고혈압으로 쓰러져 실려 온 것이었다.
위중한 환자들만 있다는 13층 순환기내과 병실에 누워 스텐트 시술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니 눈앞이 캄캄했다. 몸도 몸이지만 가게는 비워둔 채 날마다 늘어나는 병원비 걱정에 눈물이 났다. 그럴 때마다 같은 병실에 입원해있던 ‘동탄아줌마’는 “아들 보고 살아야지. 몸이 중하지 돈은 나중이여!”라고 위로를 해주시며, 하교 후 매일 병실에 들르는 큰아들 먹이라고 먹을거리도 챙겨주셨다.
다행히 몸 상태가 호전돼 시술을 하지 않게 되어 한시름 놓은 어느 날, 동탄아줌마가 퇴원을 하신다고 했다. 한 식구 같았던 아줌마에게 고마웠단 인사를 드리려는데 아줌마가 슬며시 나를 밖으로 불러내 봉투를 하나 쥐어주셨다. “입원할 때 갖고 왔는데 나는 쓸 데가 없었어. 얼마 안 되지만 이거 받아둬.” 깜짝 놀라 한사코 받지 않으려 하자 아줌마는 내 손에 봉투를 쥐어주고는 얼른 자리를 떠나셨다. 전화번호나 사시는 곳이라도 알려달라고 하니 손을 저으며 저만큼 가버리셨다. 봉투를 열어보니 자그마치 50여 만 원이나 되는 큰돈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내 마음속엔 이름도 모르는 어머니 연배의 동탄아줌마가 늘 자리하고 있다. 그 고마움에 어찌 보답을 해야 할지 동탄아줌마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줌마 덕분에 나는 병이 많이 나아져 지금은 약물치료만 받고 있다. 나도 동탄아줌마처럼 어려운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아갈 것이다.

 

 

강지혜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에 살고 있으며 성장기 형제를 둔 50대 초반의 엄마입니다. 소외계층상담을 통해 자립 의지를 키워 취업을 연계하는 일을 합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용기를 주었던 동탄아줌마를 떠올리며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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