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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세 아이의 가정교사 2021년 7월호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세 아이의 가정교사

‘엄마, 집에 언제 와요?’
오늘 아침에도 막내아들이 보낸 문자메시지에 마음 한구석이 짠했다. 아들에게 연락을 받을 때마다 ‘엄마 조금만 있다가 갈게’라는 대답으로 일관해온지도 벌써 1년이 넘어가고 있다. 영상통화로 매일 봐도 보고 싶은 아이들. 살을 맞대고 체온을 나누지 못하니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이라는 어느 유행가의 가사가 딱 내 마음과 같다.
난 대한민국 여군 장교다. 새로운 보직을 받고 세 달도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번지는 바람에 이동에 제한이 생겼다. 이사를 하지 못해 아이들과 떨어져 살기 시작한 게 벌써 1년이 되었다. 20년 남짓 군 생활을 하면서 큰 아이가 초등학교를 네 번이나 옮기는 동안 지켜온 철칙이 ‘언제 어디서나 가족과 함께하자’였는데 이번만큼은 그럴 수 없어 더 마음이 아프다.
내 빈자리는 줄곧 친정엄마가 채워주고 계신다. 이전 근무지 관사에서 중학교 2학년짜리 큰딸과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아들, 초등학교 4학년인 막내아들을 나 대신 돌봐주고 계신 엄마는 나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처음에는 환갑을 훌쩍 넘기신 엄마가 손주 셋의 양육을 맡으시는 게 가능할까 우려되어 맘이 놓이지 않았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춘기를 앓는 아이들과 엄마의 동거가 이만저만 걱정되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별다른 수가 없었다. 염치없지만 엄마에게 세 아이의 양육을 부탁드리는 수밖에….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조금만 참자는 게 당초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휴가마저 제한되면서 가족들과의 만남이 통제되는 상황들이 반복되니 속이 타들어간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으며 집에서만 생활하니 스트레스가 많아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친정엄마는 흔들리지 않고 맡은 바 최선을 다하셨고, 그럴수록 아이들 돌보기에 더 집중하셨다. 엄마의 머릿속에는 지난 1년 동안 ‘외손주의 교육과 운동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시킬 것인가’ 하는 생각만 가득 차 있다.
엄마는 어릴 때 가정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셨다. 그래서 아이들의 공부를 직접 봐주실 수는 없지만 매일매일 공부할 양을 정해주고 빠짐없이 체크하는 걸 잊지 않으신다. 하루에 영어단어를 스무 개 정도 외우도록 하고, 자체 쪽지시험까지 치르는 모습이 과연 똑소리 나는 엄마답다.
하지만 난데없이 입주 가정교사로 변신한 친정엄마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공부가 아니라 아이들 건강이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필요한 영양까지 꼼꼼히 챙겨주시는 엄마는 최대한 아이들의 입맛에 맞추면서도 중복되는 반찬이 없도록 인터넷이나 TV프로를 보면서 다시 요리공부를 시작하셨다. 한식, 중식, 양식을 모두 공부해 매일 다른 메뉴로 아이들의 하루 세끼를 챙기고 계신다.
어디 그뿐인가. 아이들 건강을 위해 엄마는 매일 충남 계룡시 향적산으로 아이들과 함께 등산을 다녀오신다고 한다. 관사에서 향적산 정상에 이르는 길은 왕복 7km로 그리 멀지 않지만 깔딱고개를 두 세 번은 넘어야 해 만만히 여길 코스는 아니다. 그럼에도 수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아침 8시에 어김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산행을 다녀오시는 정성은 엄마인 나도 엄두를 못 낼 일이다.
엄마 덕분에 걱정 없이 일에 전념할 수 있지만 엄마를 생각할 때마다 코끝이 찡해지곤 한다. 젊은 시절에는 가난한 집안형편에 보탬이 되기 위해, 자식들이 장성한 후에는 자식 신세지지 않기 위해 잠시도 몸을 가만두지 않으시는 엄마께 너무 큰 짐을 지워드린 것 같아 마음이 편치가 않다. 쉴 때가 된 연세에 못난 딸자식 때문에 손주를 셋이나 떠안게 된 우리 엄마….
“여기는 아무 이상 없으니 집 신경 쓰지 말고 너 할 일이나 잘해라” 하시는 엄마는 1년 넘게 아이들을 맡아주시는 동안 단 한 번도 힘들다는 말씀을 하지 않으신다. 아이를 낳아봐야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지만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도 난 엄마의 은혜는 갚을 수도, 따라갈 수도 없는 사랑임을 깨닫는다. 지금으로선 사랑하는 엄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군 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이니 앞으로도 계속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최성미

 

세 아이의 엄마로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복무 중인 현역 장교입니다. 가족들이 제일 보고 싶은 순간은 힘든 훈련을 마치고 난 후입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아이들을 실컷 안아주고, 전국 맛집 투어를 하면서 어머니 몸보신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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