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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에 만난 사람
차향이 나는 사람 2021년 8월호
 
차향이 나는 사람

 

글·사진 이슬기(티 큐레이터, @tea_slow)

 

 

사람마다 자신만의 향을 가지고 있다면 나에게선 어떤 향이 날까?
차가 일상이 되고 일이 되는 ‘티 큐레이터’란 직업을 가지면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생겼다. 나의 일상엔 향이 사라졌다. 은은한 향을 가진 차를 다루는 일을 하다 보니 차향을 덮어버리는 샴푸, 컨디셔너, 바디워시, 로션, 핸드크림 등의 제품들을 전부 무향으로 바꿔야 했다. 그중에서도 손에 물이 닿는 날이 많다 보니 손을 보호하기 위해 1년 내내 써야 하는 핸드크림만큼은 필수로 무향을 사용해야 한다. 요즘엔 향이 없는 제품들을 찾기 쉬워졌지만 예전엔 향이 없는 제품을 구하는 것부터가 일단 어려웠다. 그래서 내가 택한 방법은 차를 마시고 남은 찻잎인 엽저를 사용해서 손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직업적으로 차를 우리는 일이 많다 보니 내겐 손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이때 중국 푸젠성 민남지역의 청차(=오룡차)인 철관음의 엽저를 활용하여 관리를 해주었다. 차를 마시고 남은 철관음 엽저를 대야에 넣고 물을 채워준 후 그 물에 손을 씻는다. 비누는 사용하지 않는다. 이렇게 씻고 나면 은은한 철관음의 향이 손에서 나면서 보들보들해지는 걸 느낄 수가 있다.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에게도 철관음 수업이 끝나면 엽저를 따로 챙겨준다. 엽저를 활용하는 방법 중에 하나로 이렇게 손 씻는데 활용을 해보라고 말이다. 그러면 꼭 다음 수업 때 학생들이 선생님 말대로 손을 씻고 나니 매끈매끈해지고 부드러워졌다며 신기해한다.
직업상 철관음만 마실 수 없기 때문에 철관음을 마실 때면 꼭 엽저를 잘 챙겨두었다가 손을 씻을 때 활용한다. 티 큐레이터로서 인위적인 향을 피하기 위해 차를 활용하는 방법을 찾았지만 은은한 차향이 나와 함께할 때 더 잘 나길 바란다. 차 역시 가장 알맞게 우릴 때 향기가 제대로 피어나듯 말이다.

 

 

차가 일상이 되는 팁, 엽저 활용법


차를 마시고 난 뒤에 남은 엽저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봉황단총의 엽저는 반신욕에 사용하기 좋고, 무이암차의 엽저는 족욕을 할 때 유용하다. 일반적으로 엽저를 냉장고에 넣어 탈취용으로 사용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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