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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인생 선생님 2021년 8월호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인생 선생님

우리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죽도시장이 있다. 죽도시장은 경북 동해안 최대의 전통시장으로 신선한 해산물을 싸게 살 수 있는 곳이다. 나도 한 달에 두 번 정도 죽도 시장에 가서 남편이 좋아하는 갈치를 비롯해 낙지, 도루묵, 마른 멸치, 김, 노가리, 오징어채를 사오곤 한다.
그날도 시장 안은 인산인해를 이뤄 6층짜리 주차타워 5층까지 올라가서야 겨우 주차를 할 수 있었다. 6층에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에 벌써 사람들이 가득해 구석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공간이 비좁아 숨이 턱턱 막히는 데다가 큼큼한 생선비린내까지 진동을 해 모두들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데 4층 문이 열리더니 한 아줌마의 불만 가득한 목소리가 짜증을 더했다. “아이고, 비린내야. 지독하다, 지독해!” 잠시 뒤 3층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다. “아이, 냄새! 비린내 많이도 나네!” 그 얘기를 들으니 내 온몸으로 진한 비린내가 더 깊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엔 2층에서 탄 아가씨가 속삭이듯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앞선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말이었다. “와, 바다 냄새가 나네!” 그 순간 어물전 비린내가 시원한 바다내음처럼 느껴진 게 나 혼자뿐이었을까. 엘리베이터 안의 비린내를 바다향기로 바꾸어버린 그녀가 너무나도 궁금했지만 1층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를 빠져나와 뿔뿔이 흩어져 찾을 수 없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하루 종일 그녀의 한마디가 생각이 났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4층, 3층에서 탄 사람처럼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비린내도 바다향기로 바꾸어 생각할 줄 아는 지혜를 가진 그녀가 부러웠다. 비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귀한 인생 스승을 만난 하루였다.

 

 

구옥자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정년퇴임한 지 4년 차에 접어든 60대입니다. 포항에 살고 있으며 스마트폰에 그림을 그리는 게 취미입니다. 그 그림을 SNS에 올려 전 세계 친구들과 서툰 영어로 칭찬을 주고받는 재미에 빠져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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