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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갓길에 만난 천사표 아저씨 2021년 8월호
 
여름 휴갓길에 만난 천사표 아저씨

아이들을 데리고 남편과 낯선 캐나다 땅으로 이민 온 지 어언 30년. 새 터전을 일구느라 변변한 가족여행 한 번 가지 못하고 고군분투해온 세월이 훌쩍 지났다. 그 와중에 1박 2일로 짧게 떠났던 어느해 여름휴가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다.
막내가 운전하는 자동차에 남편, 큰아들 식구들과 몸을 싣고 토론토 알곤퀸 국립공원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도착하기까지 30분 정도 남았을까. 타이어에 그만 펑크가 나버렸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길에는 자동차 한 대 지나가지 않아 나와 식구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녹이 슬었는지 스페어타이어까지 꿈쩍하지 않고 말썽이었다. 마음이 점점 초조해져갈 무렵, 저 멀리 주소 같은 번호가 쓰인 나무판 하나가 보였다. 그곳으로 도움을 요청하러 간 아들 내외는 중년 아저씨 한 분과 돌아왔다.
“제가 차 좀 볼게요” 하더니 깔개도 없이 맨바닥에 누워 스페어타이어를 꺼내주는 그가 하늘에서 보내준 천사처럼 든든하고 고마웠다. 타이어를 꺼내주신 것만도 감사한데 아저씨는 “30분만 있으면 공업사가 문을 닫아요. 제가 안내할 테니 어서 가시죠” 하고는 공업사에 전화까지 해서 기다려달라고 부탁해주었다. 덕분에 무사히 타이어를 교체하고 나자 아저씨는 계획에 없던 휴가비를 썼을 테니 혹시 모자라면 돈을 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괜찮다며 사례금을 드리려 하자 괜찮다며 총총히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맘 속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광활하고 거친 이국땅에서 때로는 얼굴빛이 다르다고, 때로는 영어가 서툴다고 차별을 당한 적도 적지 않다. 그럴 때마다 남몰래 서러운 눈물을 훔치곤 했는데 낯선 이방인에게 베풀어준 아저씨의 친절 덕에 나는 캐나다란 나라에 비로소 활짝 마음을 열게 되었다.

 

 

박선희

1989년에 캐나다로 이민 와 2남 1녀를 키운 68세 주부입니다. 여름 휴가철만 되면 우리 가족을 돕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던 아저씨가 생각납니다. 왜 그때 전화번호나 주소를 받아두지 않았는지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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