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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여자’의 이유 있는 변신 2021년 10월호
 
‘경상도 여자’의 이유 있는 변신

 

얼마 전 시골에 계신 팔순 넘은 아버지가 전화를 끓으시면서 “사랑한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저도 사랑해요”라고 대답했으면 좋았으련만 나는 “왜 생전 안하시던 소리를…. 들어가세요”라는 말로 얼버무리며 그대로 전화를 끊고 말았다.
잠시 후 옆에서 남자친구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딸의 목소리를 듣다보니 지금 한창 좋은 감정을 나눌 연인 사이로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목소리가 무뚝뚝했다. 통화를 끝낸 아이에게 “너 말 좀 예쁘게 해. 걔는 무뚝뚝한 네가 어디가 좋대니?”라고 한마디 했더니 돌아온 딸의 대답이 꽤 충격적이었다. “이게 다 엄마를 닮아서 그런 거잖아!”
생각해보니 딸아이만 나무랄 게 아니었다. 경상도 남자만 무뚝뚝한 게 아니라 경상도 여자도 무뚝뚝하기로는 만만치가 않다. 그게 바로 나였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그날부터 난 예쁘게 말하기 연습에 돌입했다. “나와서 밥 먹어!”라고 딸에게 툭 던지던 말도 “우리 딸 배고프지? 어서 와서 밥 먹자”라고 부드럽게 건네고, 퇴근한 남편에게도 “오늘 많이 더웠지? 고생했어. 배고프겠다. 시원한 콩국수 해놨으니까 얼른 씻고 와” 하며 다정하게 맞이했다.
몇 주 후 우리 집에는 작은 변화가 나타났다. 그토록 메말랐던 딸아이의 말투가 상냥해지면서 종종 ‘엄마 아빠, 사랑해’라는 문자메시지까지 보내올 정도가 됐다. 남편 또한 별 것 아닌 말에도 자주 웃었다. 얼마 전에는 20kg짜리 쌀자루를 가리키며 “여보, 저거 좀 들어줄래? 난 아무래도 힘이 안 되네” 했더니 남편은 “그렇게 상냥하게 말하니까 정말 좋다. 당신이 더 예뻐 보이네. 그래, 내가 들어줄게!” 하며 웃는 얼굴로 부탁을 들어주었다.
한결 유해지는 식구들을 보니 말투를 고치기로 결심한 게 참 잘했다 싶다. 무엇보다 요새 전화로 “어머니, 아버지 사랑합니다”라고 말씀드릴 때마다 들려오는 부모님의 웃음소리가 참으로 듣기 좋다.

 

김선호

경남 창원에 살고 있는 50대 주부입니다. 일 년에 한 번씩 새로운 일에 도전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요양보호사자격증을 취득하였고 올해는 바리스타 자격증에 도전중입니다. 늦게나마 작은 꿈을 이루며 값지게 인생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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