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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에 만난 사람
고양이 모자가 선물한 ‘소확행’ 2021년 10월호
 
고양이 모자가 선물한 ‘소확행’

 

“우와, 애기 고양이다!”
책을 반납하러 도서관에 도착해 정문 앞 계단을 오르는데 아들이 계단 옆 풀밭으로 신나게 달려가며 환호성을 질렀다. 웬 고양이인가 싶어 뒤따라 가보니 어미로 보이는 고양이와 태어난 지 얼마 안돼 보이는 아기 고양이가 있었다. 우리처럼 모자지간이 사이좋게 나들이를 나온 모양이었다.
엄마의 마음으로 흐뭇하게 아기 고양이를 살펴보고 있는데 경사진 돌난간을 아슬아슬하게 걸어 다니는 모습에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아휴, 저러다 떨어지면 어쩌려고….’ 꼭 내 아이를 보는 것처럼 불안한 마음에 도서관 분리수거장에서 작은 박스를 하나 주워 놔주었다. 고양이는 박스를 좋아한다고 하니 어미가 박스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겠지 싶은 생각에서였다.
일단 한시름 놓고 주변을 둘러보니 고양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사람이 우리뿐만은 아니었다. 이렇게 작은 고양이는 처음 본다며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누는 두 아주머니, 손주 사진을 찍듯 휴대전화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고양이를 카메라에 담는 중년아저씨, 목말라 보인다며 들고 있던 생수를 주고 싶어 하던 할머니…. 평소 마스크에 가려진 사람들의 표정이 삭막하게만 느껴졌는데 그 순간엔 마스크 사이로 보이는 눈들이 하나같이 즐거워 보였다. 답답한 일상에 작은 생명이 선물해준 기쁨에 모두들 그곳을 쉽게 떠나지 못했다. 나 역시 모기에 물리는 줄도 모른 채 고양이들을 지켜보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고양이들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온 그날 저녁, 전복을 손질해 미역국을 끓이고 아이가 먹고 싶다던 미니핫도그까지 만들어 식탁에 앉으니 낮에 만난 고양이들이 생각났다. ‘어미고양이는 새끼에게 든든히 저녁을 먹였으려나?’ 조만간 간식거리라도 사서 고양이들에게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두 고양이가 편안한 밤을 보내기를 빌었다.

 

김민정

12년간 일하던 직장에서 올해 퇴직하고 일곱 살 아들과 알콩달콩 집콕라이프를 즐기고 있습니다. 도서관 앞 고양이들은 그 후로 못 만나 걱정스럽고 아쉽지만 예쁘게 키우고 있는 여덟 종의 반려식물들에게서 생명의 온기를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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