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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일기_전영준 2016년 12월호
 
행복일기_전영준

산타클로스를 찾아온 산타클로스



 

매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우리 부부는 산타로 변신한다. 아이들에게 고운 추억 하나 심어주고픈 마음에 동네를 돌며 선물을 나눠주다 보면 꼬마들의 맑은 눈빛에 오히려 우리가 더 행복해진다.


어느 해 성탄절 이브, 아내와 나는 산타 옷을 입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준비한 선물을 모두 나눠주고 산동네를 굽이굽이 올라 집에 도착하니 어느새 자정이었다. 대문 앞에 다다라서야 이제나저제나 엄마 아빠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사 형제 생각이 났다. ‘아차! 정작 우리 아이들 선물을 안 사왔네!’ 구멍가게에서 급히 과자 몇 개를 사들고 집에 들어가니 무슨 고급 선물이라도 받은 양 아이들이 “와, 맛있겠다” 하며 좋아하는데 괜히 마음이 짠했다.


그날 밤, 우리만의 조촐한 과자파티를 열고 잠자리에 누웠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누군가 쿵쿵 대문을 두드렸다. 이어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외치는 남자목소리가 들렸다. 얼른 일어나 대문을 열어봤지만 남자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문 앞엔 큰 보따리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게 뭐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보따리를 방으로 들고 오자 잠에서 깬 아이들과 아내도 모여들었다.


보따리를 푸니 푹신한 이불 한 채와 점퍼, 코트 같은 아이들 겨울옷이 한 가득 모습을 드러냈다.


“이야, 진짜 산타할아버지가 왔다 가셨나 보다!” 신난 막내의 외침에 아내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세상에, 산타의 집에 산타가 오시다니….” 그날 우리 집에 왔던 산타는 누구였을까? 아는 선교사님일 거라 짐작만 할 뿐 우리는 아직까지 그 산타의 정체를 정확히 알진 못한다. 깜짝 방문한 산타 덕분에 유난히 추웠던 25년 전 그해 겨울이 우리 가족에겐 가장 따뜻했던 겨울로 남아 있다.


전영준_ 성탄절기가 되면 장롱 서랍을 뒤적거리는 버릇이 있습니다. 작년 이맘때 잠깐 빛을 보고, 한 해동안 장롱 속에서 곤히 자고 있는 산타 옷을 깨우려는 것이지요. 칠십 고개를 넘어선 지금은 기껏해야 한두 곳밖에 못 가지만 꼬마들의 천진한 미소는 여전히 우리 부부의 가장 큰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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