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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일기_‘세 살 엄마’의 환한 미소 2017년 7월호
 
행복일기_‘세 살 엄마’의 환한 미소

이달의 샘터 작가상


‘세 살 엄마’의 환한 미소

 

 

“우리 용미는 어디로 갔니?” 엄마는 오늘도 눈앞에 날 두고 나한테 가시겠다며 보따리를 싸신다. “엄마, 내가 용미야. 엄마 막내딸” 하며 손을 꼭 잡아도 엄마는 믿지 않으신다. “여기는 경로당이지. 난 우리 용미 집으로 가야 해.”


치매에 걸려 세 살 아이가 되어버린 엄마와 단둘이 산 지도 어느덧 16년이 되어간다. 엄마는 날 알아보지 못할 때가 많다. 엄마가 나를 시누나 작은엄마라 부르며 딸에게 가겠다고 아이처럼 생떼를 쓸 때면 어떻게 달래야 할지 눈앞이 캄캄해진다.


젊은 날의 엄마는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셔서 가난한 살림에도 걸인이나 도붓장수를 꼭 집에 데려와 밥을 해 먹이셨다. 배고프면 언제든지 오라는 말로 그를 보낸 뒤 “용미야, 사람은 남을 도우며 살아야 해. 그래야 자신도 행복해지는 거야” 하시며 웃던 엄마의 눈은 반달눈이 되었다.


웃는 모습이 가장 예뻤지만 이제는 생기를 잃고 공허한 눈빛을 지으시는 엄마를 바라볼 때면 어떤 어려움에도 웃음을 머금던 우리 엄마가 맞나 싶어 가슴이 찢어진다. 마치 물감 놀이하는 아이처럼 대변을 손에 묻혀 장난을 치실 때는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아야지’라고 수없이 되뇌던 다짐이 순식간에 무너진다. 엄마 옷자락을 붙잡고 “엄마 제발 그만해. 나도 힘들단 말야”라며 한탄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아줌마, 왜 울어? 어디 아파?”라는 말이니 기가 막힐 뿐이다.


제정신이 돌아온 엄마에게 “엄마, 살아오면서 제일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야?”라고 물으면 “우리 용미랑 함께 사는 지금이지”라며 웃으시는 엄마의 눈은 그토록 그리운 반달눈이 된다. 그럴 때면 그동안의 시름이 눈 녹듯 사라진다. 엉뚱한 말과 행동을 일삼는 엄마 때문에 매일매일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지만 엄마가 내 곁에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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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미 치매를 앓고 있는 97세 노모와 함께 사는 환갑의 막내딸입니다. 결혼은 못했지만 덕분에 아픈 엄마를 정성껏 모실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잠든 엄마 곁에서 추억의 명화를 감상하거나 조용히 글을 쓰면 마음에 행복이 가득 들어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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