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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타 오빠 바꿔주세요! 2018년 4월호
 
강타 오빠 바꿔주세요!

 

얼마 전 그룹 ‘H.O.T.’의 재결합이 큰 화제였다. 그 시절 자칭 ‘강타 부인’이었던 내가 이 소식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하지만 재결합 콘서트에 어마어마한 인원이 신청해 경쟁률이 무려 70대 1에 달했다. 당첨자 발표 날, 하루 종일 마음 졸였지만 끝내 당첨 전화는 오지 않았다. 얼마 뒤, 현장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며 TV로나마 공연 모습을 보니 잠시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나? 하루는 짝꿍이 흥분된 목소리로 강타 오빠의 전화번호를 알아냈다고 말했다. 당시 팬들 사이에서 가짜 번호가 돌아다니는 게 예삿일이었지만 순진한 우리는 그 번호를 철석같이 진짜라고 믿었다.


그런데 문제는 누가 전화를 하는가였다. 모두들 전화 걸기를 거부했다. 너무나 떨려서 강타 오빠가 전화를 받으면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이유였다. 어쩌다 보니 내가 총대 아닌 총대를 메게 되었다. 친구들은 나를 공중전화 부스에 밀어넣고는 귀를 바짝 갖다대었다.


“따르릉따르릉.” 두어 번 벨소리가 울렸을까. “여보세요?”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웬 아저씨였다. “어? 강타 오빠 전화번호 아닌가요?” “강타 오빠가 지금 신곡 녹음 중이라 대신 받았어요.” 어쩐지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낯익었다.


“그런데 전화 받는 분은 누구세요?” “이수만 아저씨예요. 강타 오빠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앞으로도 H.O.T. 좋아해주고 공부도 열심히 해요.”


뜻하지 않은 이수만 아저씨와의 짧은 통화가 마무리되었다. 팬들한테 걸려오는 전화가 많았을 텐데도 따뜻하게 받아준 그가 고마웠다. 그때부터 오빠들을 볼 때마다 자연스레 이수만 아저씨의 모습이 떠올랐다.


12년 만에 한 무대에 선 오빠들을 보고 있노라니 이수만 아저씨가 궁금해진다. 그도 재결합한 H.O.T.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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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임

강타 오빠랑 결혼하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어느 남정네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그리곤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고된 육아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에 지쳐 있던 찰나, 다시 모인 H.O.T. 덕분에 마음만은 설레고 풋풋했던 소녀 시절로 되돌아간 30대 아줌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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