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궁리
행복일기
샘터시조
 

 

Home > 월간샘터 > 이달의샘터
행복일기
미역으로 나누는 따뜻한 인정 2018년 8월호
 
미역으로 나누는 따뜻한 인정



올봄 피아노 레슨을 하러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다 정류장 옆에서 건미역, 건다시마 등을 늘어놓고 파시는 할아버지를 발견했다. 여든도 족히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는 일이 고된지 꾸벅꾸벅 졸고 계실 때가 많았다.


봄 햇살이 따사로운 그날도 할아버지는 여전히 졸고 계셨다. 바닥이 딱딱해서 엉덩이가 배기진 않을까, 허리는 괜찮을까 걱정되어 좀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하나라도 팔아드려야겠다는 마음에 할아버지를 불렀지만 아무리 불러도 미동조차 없으셨다.


팔을 잡고 조심스레 흔들자 그제야 화들짝 놀라며 일어나시는 할아버지에게 미역 가격을 물었다. 세 봉지에 만 원이라는 말에 만원짜리 한 장을 내밀자 할아버지는 움푹 파인 주름을 일그러뜨리며 웃으셨다.


오후 햇살이 할아버지의 야윈 미소 위에 부서졌다.


왠지 모르게 뿌듯한 마음으로 레슨을 마치고 미역을 챙겨 나오는데 집에 다 가져가기에는 너무 많아 보였다. 나눠 먹으면 좋을 것 같아 레슨하는 가정에 한봉지를 드렸다. “뭘 이런 걸 다 주세요. 저희가 드려야 하는데….” 작은 선의에도 무척이나 고마워하는 그분들 덕에, 좋은 미역을 저렴하게 파는 할아버지 덕

분에 나누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뒤로 연로하신 할아버지가 안 보이는 날에는 괜스레 안부가 궁금해졌다. 어디 편찮으신 건 아닌지 걱정돼 하루 종일 신경이 쓰였다. 그러다 다음 날 모습을 드러내시면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같은 날이면 땡볕 아래서 더위를 잡수시는 건 아닌지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내일은 다시마를 사며 할아버지에게 말씀드려야겠다. “할아버지, 햇볕에 있지 말고 그늘에 앉아 계세요.” 아마 무뚝뚝한 할아버지는 대답 대신 수줍게 웃기만 하실 것이다.



/

장윤희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다 결혼 후 개인 레슨과 집안일을 병행하고 있는 워킹맘입니다. 오케스트라에서 봉사 활동도 하고 있으며 요즘은 작은 아들과 집 앞 서점에 들러 책을 보는 재미에 빠져 지냅니다. 미역 할아버지를 보면 매달 《샘터》를 보내주시는 시아버님이 생각나 그냥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다음글] 아내가 모아주는 비자금
[이전글] 불효자는 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