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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만에 생긴 결혼반지 2018년 9월호
 
23년 만에 생긴 결혼반지

 

 

“아버지, 시간 나실 때 엄마랑 다 같이 대구 시내에 다녀와요. 네?”


제대를 앞두고 마지막 휴가를 나온 아들이 뜻밖의 가족 나들이를 제안했다.


“왜? 제대한다고 옷이랑 신발 사러 가자는 거냐? 시간 없다.” 일언지하에 거절당한 아들은 답답한 듯 무엇을 더 말하려다 참는 눈치였다. 사실 아들은 다달이 나오는 군인 월급에서 10만 원씩을 저금한 돈으로 가족 반지를 맞추려는 생각이었다. 아버지에게 깜짝 선물을 하고 싶다며 내게만 살짝 귀띔한 상태였다.


우리 부부는 결혼반지가 없다. 집 마련에 보탠다고 예물, 예단을 일절 생략했기 때문이다. 아들이 초등학생 때였나? “엄마 아빠는 왜 결혼반지가 없어요?”라고 묻는 아들에게 “반지 대신 우리 가족이 같이 살 수 있는 집을 샀지”라고 대답하며 웃고 말았다. 부모의 허전한 손가락이 마음에 걸렸는지 아들은 반지를 사기 위해 먹고 싶은 것도 참아가며 군대에서 열심히 돈을 모았다.


하지만 내막을 알 리 없는 남편은 요지부동이었다. 하는 수 없이 아들이 외출한 사이 나는 남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아들이 또 시내에 나가자고 하면 아무 소리 말고 따라나서자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제야 아들의 속뜻을 알아챈 남편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휴가가 끝나갈 즈음, 우리 가족은 대구로 외출을 했다. 귀금속 가게에 도착하니 주인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우리를 맞이했다. “여자 친구랑 커플링 맞추러 오는 친구들은 봤어도 월급 모아 가족 반지를 사는 군인은 처음이에요. 참 좋으시겠어요.” 아들이 미리 봐두었다는 반지를 손가락에 껴보는 순간에 콧등이 시큰해져왔다.


“엄마 주려고 막대 사탕을 샀는데 오다가 넘어져 깨져버렸어” 하고 울음을 터트리던 꼬마가 어엿한 청년이 되어 내 앞에 서 있었다. 빛나는 반지보다도 훌륭하게 자란 아들이 내겐 세상 무엇보다 귀한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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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월

구미에 살고 있으며 한국농어촌공사에서 15년간 근무했습니다. 퇴직 후에는 평범한 주부로 생활하다 뒤늦게 대학에 입학, 작년 2월 50살의 나이로 졸업했습니다. 대학에서 독서 동아리 활동을 하던 중 독서 치료에 대한 관심이 생겨, 앞으로 전문적으로 공부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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