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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점 언니의 따뜻했던 격려 2018년 10월호
 
매점 언니의 따뜻했던 격려

 

 

2년 전 마흔이 넘은 나이로 직업상담사 공부를 할 때였다. 오랜만에 공부를 하려니 쉽지 않았다. 분명 전날 외운 것도 다음 날이면 기억이 안 나기 일쑤였다. 그래도 이왕 시작했으니 꼭 합격하고 싶어 매일같이 도서관으로 출근해 도서관 구내식당에서 대충 허기를 달래가며 최선을 다했다.


여름이라 밥맛도 없고 유난히 지치던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구내식당에서 겨우 한 숟갈 뜨고 있는데 누군가 “이것 좀 드세요” 하고 말을 걸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매점 직원이 빨간 오미자차를 내 옆으로 가져다놓는 게 아닌가.


그날 이후 그분은 “힘들죠? 삶은 달걀이에요” 하며 달걀도 건네고 아이스커피도 주곤했다. 같은 여자에 나랑 비슷한 연배인 그분과 금세 언니 동생 사이가 되었다. 시험 준비 막바지로 갈수록 지쳐가는 내게 언니는 맛있는 것도 사주고 함께 이야기도 나누며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매번 받기만 하는 것 같아 미안해진 나는 간단한 손 편지와 지갑 안에 늘 넣고 다니던 네잎클로버를 건넸다. 언니는 작은 호의에도 너무 고마워했고 시험 붙고 나서도 꼭 만나자고 당부했다. 하지만 시험에 합격하고 난 뒤 더 이상 도서관에 갈 일이 없어지면서 언니도, 언니와의 약속도 자연스레 잊혀갔다.


그렇게 2년이 지난 몇 달 전,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예전에 한번 보자 했었잖아요. 잘 지내죠?’ 우리는 오랜만에 만나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웠고, 그 뒤로도 종종 문자 메시지나 전화를 하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살다 보면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힘들고 어려울 때, 주위 사람들의 위로가 있기에 버텨낼 힘을 얻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르는 사람이던 내게 친절을 베푼 언니의 따뜻한 마음을 떠올릴 때마다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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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영

오랜 직장 생활을 접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땄지만 취업의 난관에 부딪혀 좌절하던 중 진짜 행복한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바로 나를 행복하게 하는 그림 그리고 글을 쓰는 일입니다. 언젠간 동화작가가 되어 순수한 어린이들의 평생 친구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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