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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 2018년 12월호
 
엄마에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

 

 

2년 전 딱 이맘때의 일이다. 새벽 6시, 배를 찌르는 듯한 통증에 미혼모 시설 원장님의 차를 타고 산부인과로 향했다. 양수가 터졌고 출산이 50퍼센트 이상 진행되었다는 말에 급히 분만실로 들어갔다. 한 시간 넘게 극심한 진통을 겪은 끝에 귀여운 딸을 낳았다.


우렁찬 아기 울음소리를 들으니 지난 시간들이 스치듯 떠올랐다. 공장 생산직으로 일하던 어느 날 남자 친구의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 역시 놀라긴 했지만 신기하기도 하고, 당연히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내켜하지 않는 그를 설득해 그의 부모님까지 만났지만 냉담한 반응만 돌아올 뿐이었다. 그래도 소중한 생명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나는 혼자서라도 아이를 낳겠다고 말했고, 그게 아이 아빠와의 마지막이었다. 형편이 좋지 않은 데다 몸까지 편찮으신 부모님에게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아 나는 결국 미혼모 시설에 도움을 청했다. 그곳에서 마음 따뜻한 원장님과 비슷한 처지의 엄마들과 의지해가며 열 달을 견딘 결과, 나와 똑 닮은 아이를 무사히 만날 수 있었다.


아이를 처음 봤을 때의 벅찬 감동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고 내 품에 안긴 아이를 바라보며 ‘비록 아빠 없이 태어났지만 남부럽지 않게 키워줄게’라고 약속했다. 미혼모 시설에서 좀 더 몸을 추스른 뒤 퇴소해 집에 돌아온 날은 유난히 심한 한파가 몰아쳤다. 난방도 잘 되지 않는 방이라 손발이 시리고 온몸에 한기가 돌았지만 사랑하는 아이와 함께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했다.


어느덧 씩씩하게 걷는 딸을 보며 난 매일 다짐한다. ‘부족한 것 많은 엄마에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 널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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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나

연로하고 몸이 편찮으신 부모님에게는 둘도 없는 무남독녀이자, 21개월 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아이에게는 유일한 안식처가 돼주는 씩씩한 엄마입니다. 지금은 육아에 전념하고 있지만 딸이 두 돌을 넘기면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직업 교육을 받아 좋은 직장을 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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