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궁리
행복일기
샘터시조
 

 

Home > 월간샘터 > 이달의샘터
행복일기
의미 있는 빈 병 모으기 2019년 1월호
 
의미 있는 빈 병 모으기


 

베란다에 쌓인 재활용품을 정리하다가 술병 라벨에 찍힌 공병 값을 확인하게 됐다. 어떤 것은 100원짜리도 있고, 어떤 건 몇 백 원이 넘는 것도 있었다.


한 데 모았다가 마트로 가져가면 액수가 꽤 될 텐데 그냥 버리긴 아까웠다.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 아들을 불러 “조하야, 마트에 들고 가면 빈 병에 찍힌 금액대로 환불받을 수 있으니 앞으로 네 용돈이라도 할래?” 하고 제안했더니 녀석은 이내 반색하며 앞으로는 본인이 직접 빈 병을 모으고 정리도 하겠다고 했다.


빈 병을 팔아 넉넉지 않은 용돈을 벌충할 생각인 듯했다. 용돈을 받으면 금방 써버리는 큰아이와 달리 둘째아이는 평소에도 지갑 속에 돈을 모아놨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좋은 습관을 갖고 있다. 둘째는 그날 이후 오며가며 빈 병을 모아왔고 이내 박스를 빈 병으로 가득 채웠다.


“엄마, 빈 병이 꽉 찼어요.” 마트에 가져가 돈으로 바꾸려고 준비하는 사이, 아이는 다시 한 번 병의 개수

를 확인하고 예상 수익을 계산해보며 싱글벙글했다. 고객센터로 들고 가 환불받은 빈병보증금은 2,680원이었다. 약속대로 그 돈은 전부 아이에게 쥐여주었다. “공돈 생겼다고 쓸데없는 것 사지 말고!”


하지만 아이는 내 얘기가 끝나기 무섭게 고객센터 데스크로 달려갔다. 그러더니 천 원 짜리 한 장만 남기고 나머지 돈을 ‘불우이웃을 돕는 동전모금함’에 넣었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놀란 내게 아이는 “엄마, 여기에 돈 넣으면 정말 불우이웃 돕는 거 맞지요?” 하고 물으며 뿌듯해했다. “앞으로도 빈 병 팔아 생기

는 돈은 불우이웃 돕기에 쓸 거예요.”


그 순간, 내 마음속으로 환한 햇살이 스며들어왔다. ‘그래, 키만 자란 게 아니라 어느새 저렇게 마음도 훌쩍 컸구나!’ 그날 이후 신통방통 둘째 아들의 빈 병 모으기는 계속되고 있다.



_

김명현

중2, 초6, 초5 학년인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직장 맘입니다. 서울 지역 어린이집에 식재료 및 간식을 공급하는 식품업체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교육비 마련을 위해 어렸을 때부터 맞벌이를 하느라 여가 시간이 많진 않지만 가족과 함께 하루하루 행복의 의미를 깨우쳐가고 있습니다.

 

 
[다음글] ‘용종 부부’의 돈독해진 사랑
[이전글] 무더위가 남긴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