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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종 부부’의 돈독해진 사랑 2019년 1월호
 
‘용종 부부’의 돈독해진 사랑

 

 

난생처음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내 나이 서른둘. 젊다고 자만해왔던 것일까. 큰 문제는 아니라는 진단이었지만 용종이 발견됐다는 자체만으로 기운이 쭉 빠졌다. 지켜보던 남편도 불안해졌는지 “나도 검사나 한번 받아볼까?”하고 병원행을 자처했다.


검진 날, 평소 꾸준히 운동해온 터라 병원으로 향하는 남편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배고파 죽겠다. 얼른 끝내고 초밥 먹으러 가자!” 남편은 밝게 웃으며 내시경실로 들어갔다. 나도 별 걱정 없이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맛집을 하나 골라두고는 기분 좋게 남편을 기다렸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진작 검사를 끝냈어야 할 남편이 감감무소식이었다.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보호자 대기실에 나만 남게 되자 불길한 생각이 더 강해졌다. ‘그이에게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해!’ 기다리고만 있기 힘들어 콜 벨을 누르려던 찰나, 남편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간호사의 말에 다시 가슴이 철렁했다. “용종 두 개를 제거했는데 출혈이 심해서 오래 걸렸어요. 의사 선생님 뵙고 조직검사 결과 들으세요.”


감기 한 번 안 걸리는 건강한 그이에게 용종이 두 개나 발견됐다니 겁이 덜컥났다. ‘나쁜 병이면 어떡하지?’란 생각에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기분으로 의사 선생님 앞에 앉았다. 검사 결과는 저도선종, 쉽게 말해 암의 씨앗이란다. 절제했으니 걱정할 것 없다지만 정말이지 십년감수할 일이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채소 위주로 식단을 바꾸고 매일 운동을 하고 있다. 본인이 제일 놀라고 무서웠을 텐데 “다행이야. 저도선종이 네 몸이 아니라 내 몸에 있어서. 걱정 끼쳐 미안해”라고 말해주는 고마운 남편. 그이와 운동하러 나서는 내 발끝에 사랑이 소복이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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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진

전직 간호사이자 수필가를 꿈꾸는 30대 주부입니다. 아내와 엄마로서 또 다른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요즘, 건강의 소중함까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가족의 건강을 평생 책임지겠다고 다짐하며 오늘도 남편의 장(腸)을 위해 장(場) 보러 나서는 길이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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