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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옆집 아주머니 2020년 3월호
 
보고 싶은 옆집 아주머니

1980년대 후반 고등학교를 다니느라 전북 익산의 한 골목집 단칸방에서 자취를 한 적이 있다. 어린 나이에 혼자 객지 생활을 시작한 나는 한겨울에도 수시로 연탄불을 꺼트렸고, 연탄이나 곤로에 밥을 짓다가 냄비를 태워먹을 정도로 모든 게 서툴렀다.


가끔 시골에서 반찬을 갖다주러 올라온 엄마는 왠지 쌀쌀맞게 대하는 주인집 아주머니보다 앞집 아주머니와 더 많은 얘기를 나누다 돌아가셨다. 막내딸 걱정에 마음 편할 날 없는 우리 엄마가 눈에 밟혔는지 앞집 아주머니는 나를 정말 친딸처럼 보살펴주셨다.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당신 집으로 불러 따뜻한 밥을 해먹이고, 집에서 챙겨 먹으라며 따로 반찬까지 덜어주시던 아주머니께 나는 더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드리며 엄마처럼 따랐다.


대학을 가고, 아파트로 이사를 가고, 결혼을 한 뒤에도 아주머니와의 인연은 계속 이어졌다. 아주머니는 내 두 번째 친정엄마나 마찬가지였다. 그랬던 아주머니가 지금은 세상에 안 계신다. 몇 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주머니를 생각하면 자꾸 눈시울이 젖어온다. 가끔 만나는 아주머니 딸이 웃으며 “나는 사실 네가 왔다 가는 게 싫었어. 엄마가 맨날 너처럼 인사 잘하고 말 좀 예쁘게 하라고 잔소리 하셔서…”라고 말할 정도로 아주머니는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준 분이었다.


이제 나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 되어보니 옆집 사는 아이까지 신경 써주시던 그 분의 사랑에 목이 멘다. 조금만 있다 몇 배로 갚아드려야지, 마음만 가득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된 현실이 가슴 아프다. 늘 배고프고 마음 시리던 내 어린 날들을 사랑으로 가득 채워주시던 아주머니가 오늘따라 더 보고 싶다.


김동순


전북 고창에서 나고 자라 익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50세의 주부 겸 독서지도사입니다. 어릴 적 육남매 중 막내로 곱게만 자라 객지에서의 자취생활이 쉽진 않았지만 천사 같은 옆집 아주머니를 만난 덕분에 행복한 추억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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