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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익어가는 부부 2020년 3월호
 
함께 익어가는 부부

정년퇴임을 한 지 2년이 지난 요즘, 다시 학생이 된 기분으로 남편과 함께 동네에 있는 문화센터를 다닌다. 한 학기 동안 소액의 수업료를 내고 라인댄스, 노래 교실, 한자, 명심보감, 도덕경, 민화, 요가, 서예 등을 마음껏 배울 수 있는 곳이라 우리 부부에겐 그야말로 인생 2막의 배움터요, 신나는 놀이터다.


처음에는 노래교실에 남자 회원이 없어 남편과 같이 다니기가 민망했다. 하지만 같이 건강하게 늙어가자고 약속한 터라 포기할 수 없었다. 청일점인 남편의 손을 끌고 당당한 척해가며 다닌 지 일 년 만에 이제는 노래교실에도 남자 회원이 열 명 정도로 늘었다.


작년에는 그 용기로 역시나 남성 불모지였던 라인댄스까지 같이 시작했다. 생각보다 잘 따라 하던 남편은 금세 자신감이 생겼는지 내가 아플 때는 혼자서도 다녀와 배운 동작을 가르쳐주기까지 한다. 우리 부부는 라인댄스 삼매경에 빠져 손자 올 때만 깔던 두터운 매트를 거실에 펼쳐놓고 ‘원 투 차차차’ 소리까지 내어 가며 연습한다. 그 모습이 우습기도 하지만 나날이 실력이 느는 게 느껴진다.


남편 손에 이끌려 듣게 된 명심보감, 도덕경, 한자 수업은 어렵고 지루할까 걱정도 했지만 배울수록 재미있고 사자성어의 깊은 뜻에 감동받아 눈물이 핑 돌 때도 있다. 소곤소곤 옆 사람 눈치 봐가며 수업 중에 나누는 둘만의 짧은 대화도, 사락사락 소리 죽여 가며 남몰래 까먹는 사탕 한 알도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다. 옆에서는 하루 종일 붙어 다니면서도 그렇게 할 말이 많냐고 부러움 반 놀림 반 얘기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남편 손을 꼭 잡고 이렇게 살아가고 싶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우린 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중이라고 생각하면서….


구옥자


경북 포항에서 초등교사로 근무하다 2018년 정년퇴임을 하고 문화센터를 학교 삼아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올해는 낯선 땅에서 외국인을 만나도 당황하지 않고 먼저 다가가 영어 문장으로 말을 걸어보는 것이 우리 부부의 작은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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