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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뒤늦은 변명 2020년 3월호
 
남편의 뒤늦은 변명

나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남편으로 그런대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자부하며 살아왔다. 없는 살림살이로 어렵게 결혼하고 자식도 둘이나 낳아 공직자로 성장시켰다. 그리 큰 회사는 아니어도 나름 잘 나가는 회사의 임원도 해보았다. 그런대로 흠결 없는 삶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와 대화하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칠십년 세월을 돌아보며 아내에게 물었다. “나는 당신에게 어떤 남편이야?” 내심 속으로 좋은 남편일 거라고 기대했던지라 설레는 마음으로 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아내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최악의 남편이란다. 나는 이해할 할 수가 없었다. 이만하면 가장으로서 밥벌이도 충실했고, 10년 전 아내가 넘어져 다친 후로는 살림까지 자처해온 터였다. 오래 서있기 힘든 아내를 대신해 청소며, 빨래며, 음식까지 도맡아 해왔는데 아내의 야박한 평가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다.


최악의 남편인 연유를 들어보니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물건 하나를 사도 자유롭지 못했으며 매사에 남편의 눈치를 살펴야 했고, 조그만 가정사에도 자기에게는 결정권이 없었단다. 그야말로 가부장적이고 내 고집대로만 했다는 말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부부는 동반자라고 하면서도 나는 항상 혼자 앞으로만 나갔다. 뒤에 있는 아내는 안중에 없이 나의 행동이 정도라고 여기며 살아왔던 것이다.


왜 나는 나이 칠십을 넘긴 이제야 내가 그리 좋은 가장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아내에게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본다.


“처음 살아본 인생이고, 처음 해보는 가장이라서 그래. 남은 생은 당신의 말에도 귀 기울이며 함께 발맞춰 걸어가는 남편이 될게.”


김득신


대전에서 노후를 보내고 있는 70대 초반 가장입니다. 생업이 바빠 그동안 소홀했던 아내에게 빚을 갚는 심정으로 살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부족했던 내 모습을 왜 진작 돌아보지 못했나 후회도 되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참으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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