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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은 할머니만 좋아해 2020년 4월호
 
햇살은 할머니만 좋아해

“할머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어린 시절 학교 가기 전 할머니 방에 인사를 드리러 가면 밝은 아침햇살이 방안 가득했다. 햇살을 머금은 할머니의 얼굴은 참 곱고 예뻤다. 내 방은 햇살이 들지 않아 컴컴한데 이상하게 할머니 방에는 환한 햇살이 비추었다. 어린 나는 ‘햇살은 우리 할머니를 좋아하나 봐’라고 생각했다.


할머니는 내가 배가 아프면 약손을 해주셨고, 달콤한 사탕이 있으면 나부터 주셨다. 햇살도 마음이 고운 우리 할머니가 좋아 따라다니는 것 같았다. 그런 할머니를 보며 나도 햇살이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버스에서 어른들께 자리를 양보하고, 오빠와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고, 부모님 말씀 잘 듣는 햇살 같은 사람.


언젠가 내가 “할머니, 햇살은 할머니처럼 마음이 고운 사람을 좋아하나 봐요. 매일 할머니 방에만 놀러 오잖아요” 부러워하자 할머니가“우리 손녀가 할머니 방에 자주 오니까 마음씨 고운 우리 손녀 보러 오는 거야” 하시며 되레 나를 칭찬해주시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나는 햇살이 할머니가 좋아서도, 또 나를 보러 온 것도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부모님이 집에서 가장 좋은, 햇살이 잘 드는 방을 할머니에게 내어드렸기 때문이었다. 그때를 기억하면 아직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햇살은 할머니를 좋아해. 나도 할머니처럼 마음이 고운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다짐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오늘 내 방에 드는 햇살을 보니 마음이 따스했던 할머니와 햇살은 참 많이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할머니처럼 햇살을 닮은 손녀가 되겠다고 다짐해본다.


고주희


서울에 살고 있는 30대 은행원으로 평소 많은 고객들을 만나고 상대하는 게 일상입니다. 늘 미소를 잃지 않고 성심성의껏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매일 마주하는 고객들뿐 아니라 나와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햇살 같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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