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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집돌이 집순이의 ‘깨알재미’
집에서 즐기는 '이웃 소리 찾기' 2020년 7월호
 
집에서 즐기는 '이웃 소리 찾기'

재택근무를 시작한 지 두 달째.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더니 출퇴근 할 때는 몰랐지만 막상 집에만 있으려니 따분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다행히 얼마 전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나만의 놀이를 발견한 후로는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내가 이름 붙인 ‘이웃 소리 찾기’ 놀이가 시작된 건 옥상에서 빨래를 널다가 ‘꼬끼오’ 하는 닭 울음소리를 들은 날부터였다. 깜짝 놀랐지만 설마 이런 도심 주택가에서 닭을 키우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꼬끼오’ 하는 울음 소리가 들렸다. 하도 의아해 엄마에게 얘기했더니 뜻밖의 대답을 하셨다.


“어느 집에서 키우는지는 모르겠는데 1년 전부터 닭 울음소리가 계속 들렸어.”


집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들리는 소리를 자그마치 1년이나 듣지 못했다니…. 내가 그만큼 귀를 닫고 살았다는 사실이 꽤 충격이었다. 돌이켜보니 지난 1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과중한 업무로 바쁘게 살았구나 싶어 뒷맛이 씁쓸했다. 이제부터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겠다고 결심하고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옆집 아기 울음소리도 새롭게 들렸다. “응애!” “으앙!” 높이도, 세기도 다른 울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나름의 의사표현을 하는 아기에게서 생명의 신비함이 느껴지곤 했다. 길고양이들의 울음소리는 마치 ‘내 땅이야!’ 하는 외침처럼 들려 치열히 영역다툼을 하는 그들의 삶에서 동질감이 들기도 했다.


출퇴근길 전철 안에서 늘 꼽고 있던 이어폰 대신 요즘에는 창문 밖으로 귀를 기울인다. 너무 평범해 무음으로 존재했던 생활소음들이 나를 즐겁게 한다.


정선미


서울 성북구에서 부모님, 동생과 살고 있는 30대 중국어 강사입니다. 인생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동양화 배우기였는데 재택근무를 하게 된 덕에 마침내 실천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독학으로 공부 중인 동양화 그리기가 요즘 가장 즐거운 취미생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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