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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가까워서 더 좋은 동네 여행지
월든 호숫가 못지않은 팔당길 2020년 8월호
 
월든 호숫가 못지않은 팔당길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이 여행의 이유라면 나는 산책이 가장 좋은 여행법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혹자는 새로운 곳에 가서 특별한 경험을 해야 제대로 된 여행이라 하지만 난 무언가 느끼는 바만 있다면 어느 곳에 가든 여행으로써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내게 익숙하고 편안한 여행지는 ‘팔당길’이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팔당길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산책에 나설 수 있어서 좋다. 팔당에 있는 여러 갈래의 산책코스 중 인기가 높은 길은 두 코스다. 먼저 메타세콰이어 길은 양옆으로 시원하게 솟아있는 나무 몸통과 하늘 위로 곧게 뻗은 연초록 가지만 봐도 청량함이 물씬 느껴지는 곳이다. 고개를 들면 살랑거리는 나뭇잎이 시야 가득 들어오는데 그 사이로 모래알처럼 부서지는 햇살의 반짝임은 보석에 비할 바가 아니다


메타세콰이어 길만큼 내가 즐겨찾는 산책 코스가 뚝방길이다. 이곳은 비포장 길이라 걸을 때마다 바지와 운동화가 흙투성이가 되지만 다 걷고 난 뒤 흙먼지를 털어낼 때 감도는 ‘오늘도 씩씩하게 잘 걸었다’는 묘한 성취감을 준다. 아름드리 벚꽃나무를 지나쳐 걷다 보면 저 멀리 고니들의 겨울 보금자리인 당정섬이 보인다. 그 주변으로 바다만큼 드넓게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며 복잡한 도심에서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자연의 의연한 자세를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호수는 대기에 떠다니는 영혼을 비추고 하늘로부터 끊임없이 새로운 생명의 움직임을 받아들인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며 여행의 의미를 되새겨주는 팔당길이 내게는 월든 호수만큼 의미 있는 장소다.


추세은


세종대에서 영어영문 번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30대 영어강사입니다. 여동생과 함께 팔당길을 자주 산책하면서 인생의 절반 이상을 보낸 경기도 하남에 더 깊은 정이 들었습니다. 팔당길 외에도 인근 나룰도서관에 자주 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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